kt wiz 우완 투수 ‘김재윤’ “완벽한 슬라이더 구사하며 올핸 부상없이 끝까지 활약”

150㎞ 직구 뽑는 마운드 유망주 슬라이더 연습으로 제구력 강화
“정해진 위치에서 최선 다할 것”

“아따. 깜짝이야. 나이스 볼!”

프로야구 kt wiz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미누엘 스타디움.

 

불펜 마운드에 오른 투수 김재윤이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를 뿌려대고 있었다. 공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포수 윤요섭의 미트에 꽂혔다. 윤요섭은 “공 좋다”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 kt가 발견한 진흙 속 진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김재윤(26)이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김재윤은 지난 1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타격이 신통치 않은 대신 송구가 워낙 좋아 조범현 감독이 실험 삼아 마운드에 세웠다. 5월 중순 1군에 데뷔한 그는 강력한 직구를 뿜어내는 계투요원이 됐다.

 

kt의 캠프지 샌 마누엘 스타디움에서 만난 김재윤은 한층 진화한 모습이었다. 직구는 더 묵직해졌고,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변화구의 각은 제법 예리해졌다. 김재윤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자세를 낮췄다.

- 지난 시즌보다 직구가 더 무거워진 것 같다.

“내가 불펜 투수이다 보니 정명원 투수 코치님께서도 많은 투구 수를 가져가지 말고 짧게, 또 강하게 공을 뿌리라고 주문하신다. 코치님 말씀대로 투구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에 힘이 실리게 된 것 같다.”

 

- 불펜 투구를 마치고 윤요섭과 무슨 얘기를 나눴나.

“슬라이더에 대해 물어봤다. 직구와 달리 변화구는 투구 후에 꼭 포수들에게 ‘어땠냐’라고 물어본다. 오늘 요섭이형이 ‘좋았다’고 답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지난 시즌 김재윤은 직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늘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간혹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에게 고전하곤 했다. 현재 그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제구를 잡아가고 있다. 심광호 전력분석팀 과장은 “변화구의 제구력이 많이 좋아졌다”며 “직구가 워낙 좋은 친구라 위력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새로 익히고 있는 구종이 있나.

“일단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스플리터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직 시합에서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연습을 꾸준히 해서 시범경기부터는 한두개 정도 던져보고자 한다.”

- 올 시즌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보직까지 언급할 실력이 안 된다. 그냥 감독님께서 결정하는 곳이 내 보직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 하겠다.”

 

- 선발로서의 욕심은 없나.

“선발은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 지난 시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상대하면서 까다로웠던 타자가 있었나.

“몇 명 있었다. 한화 이용규 선배님, 삼성 이승엽 선배님, 그리고 두산 김현수 선배님이다. 내 임무 중 하나가 적은 공으로 이닝을 빨리 마치는 것이었는데, 이 세 분은 선구안이 워낙 좋다 보니 상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김현수 선배님이 유독 까다로웠다. 커트 능력까지 뛰어나 투구 수가 쌓이고 체력 소모가 많았다.”

 

실제로 김재윤은 지난해 김현수에게 약했다. 두 차례 만남에서 모두 안타를 맞았고, 6타점이나 헌납했다. 8월 22일 잠실 맞대결에선 쓰리런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 둘의 대결을 볼 수 없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다. 김현수는 현재 소속팀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빅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 김현수에게 설욕을 노렸을 텐데, 개인적으로 아쉬울 것 같다.

“하하.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다행인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KBO리그 모든 투수들도 이처럼 생각할 것이다.”

 

- 김현수가 없는 이번 시즌이지만, 각오는.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몇 홀드, 몇 세이브를 올리겠다고 이야기는 못 하겠다. 다만 지난해에는 시즌 중반부터 1군에서 뛰었다면, 올해는 처음부터 시작해 부상 없이 끝까지 활약하고 싶다.”

 

김재윤은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서글서글하게 답했다. 굳은 표정으로 공을 뿌리던 마운드 위 김재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또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히 고민하며 대답하는 모습에서는 겸손함이 묻어났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향했다.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그에게 “맛은 괜찮냐”고 물었다. 김재윤은 해맑게 웃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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