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교실 논란, 총선까지 끌고 싶은가

‘2학년 7반 박○○’. 안산 단원고 기억 교실 책상 위에 남은 이름이다. 박 군의 앳된 얼굴 사진이 조화 사이에 놓여 있다. 이 모습을 보고 가슴 메어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돌아왔어야 할 교실이다. 그 교실에서 ‘박 군’의 흔적을 지우자는 것이 교실 정상화다. 기억 교실을 정상화하자고 주장하는 본보에도 이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기억교실 정상화를 요구하려 한다. 아이들이 입학했다. 학군(學群)을 근거로 선택된 아이들이다. 교육청이 정해놓은 절차를 통해 단원고 입학이 강제된 아이들이다. 기억교실의 슬픔을 3년간이나 감내해야 할 의무가 없다.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억압감, 죄책감, 표현의 제한 등의 고통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 이런 고통을 ‘참으라’며 강제하는 것은 교습권 탄압이다.

이재정 교육감의 생각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학교는 교육시설로 추모공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1일 이 교육감이 취임하며 내 건 슬로건도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300명이 넘는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대학 진학, 졸업 후 취업 등 저마다의 꿈을 갖고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이다. 교육감은 취임 약속대로 신입생 모두의 학습권을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말만 있고 행동이 없다. 기억교실 폐쇄를 위한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기억교실 해결의 책임을 학교장에게 전가하는 듯한 모습도 있다.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모든 책임과 권한은 교장에게 있다”는 발언이다. 이 발언 이틀 뒤엔 현재 추교영 교장을 교체하는 인사명령을 냈다. 교실 폐쇄를 논의하던 당사자를 교육청이 교체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반발할 만하다.

교육청이 나서 해결하든가, 해결을 위해 뛰는 교장을 유임시키든가 했어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 주장이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혹시 항간의 의혹처럼 기억교실 논란에 정치적 셈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인가.

2년 전 세월호 사건은 지방 선거를 흔들었다. 물론 야당에 유리했고 여당에 불리했다. 지금도 일부 정치세력들은 정치공학적으로 세월호를 보고 있다. 정부 무능과 대통령 무책임을 재탕할 소재로 여기고 있다. 이들에겐 기억교실 논란이 선거일에 가까이 갈수록 유리할 것이다. 교육청의 이해 못 할 뒷짐 행정에 쏟아지는 의혹도 이것이다. 교육청은 아니라며 펄쩍 뛰겠지만 적지 않은 여론이 그렇다.

이 여론이 틀렸음을 교육청 스스로 입증하길 바란다. 방법은 하나다. 교육청이 뛰어들어 입학식 전에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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