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다운 받으면 바보? 양심과 바꾸는 ‘무단 복제’
“그 영화? 쉬는 날 다운받아서 봤는데 별로던데…", “에이, 누가 윈도우랑 엑셀을 돈 주고 받아요”
5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주말마다 컴퓨터 앞을 떠날 줄 모른다.
부하직원이 건네준 USB 안의 최신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 A씨는 “공짜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영화관가는 시간과 번잡함을 떠나 집에서 손쉽게, 그리고 조용히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만나는 등의 약속 때문에 속칭 ‘본방사수’가 쉽지 않은 대학생 B씨도 자신이 즐겨보는 주말예능 프로그램을 토렌트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본다. B씨는 “방송이 종료되면 바로 토렌트 사이트에 방송이 올라온다”면서 “속도도 빠르고 화질도 좋아 애용한다”고 말했다.
나이 지긋한 고위직 공무원도, 갓 사회에 진출한 대학 새내기도 불법으로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라. 사회 전반 깊숙이 ‘공짜’를 선호하는, 그래서 불법도 서슴지 않는 나라인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불법 다운로드는 우리 일상에 만연화된 암세포나 다름없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복제·공연·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불법 다운로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각종 콘텐츠를 개인이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현행법상 예외조항(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이 있을 뿐 불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법 판례(개인이 영리 외 목적으로 다운로드 받더라도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불법)에 따라 예외 조항 역시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토렌트를 이용해 영화 등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토렌트의 특성(다운로드 받으면서 타인에게 공유)상 영리 외 목적이더라도 불법 행위로 인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불법 다운로드를 통한 업계의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영리 외 목적의 사용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온라인 상에서 불법으로 복제된 영화와 TV 방송물, 게임, 소프트웨어 등 불법복제 콘텐츠를 대량으로 유통한 토렌트 및 웹하드 사이트 운영자 10명과 상습 업로더 48명이 관련 산업에 끼친 피해 규모는 826억원에 달한다. 영화(413억원), 게임(177억원), TV 방송물(109억원) 순으로 피해가 컸다.
단 58명이 끼친 폐해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는, 멜론이나 벅스, 티빙 등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면서 “이들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이 활성화되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양질의 콘텐츠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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