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경인고속도로 아스팔트를 걷어 내고 숲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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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가 획정되었다. 연일 출마기자회견이 열리고 개발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당선을 위한 바람잡이 공약(空約)인지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한 공약(公約)인지 따져볼 일이다.

그런데 회색도시, 아파트도시 인천을 녹색도시, 사람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천시민들은 정주의식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무엇이 시민들을 떠나게 만들까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계최대 쓰레기매립장, 해안가에 늘어선 화력발전소들, 제1, 제2, 제3경인 등 고속도로들, 수출공단 등 국가산업단지들, 미로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아파트들. 어디를 둘러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

 

제1경인고속도로가 청라로 직선화되었다. 인천항에서 서인천IC까지 기존의 경인고속도로 구간은 인천시로 이관될 예정이다.

 

폭 30m 길이 10㎞의 공간, 인천의 한복판에서 다시 오기 어려울 기회의 땅이다. 이관될 공간의 이용계획은 50년 후 인천의 모습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다. 경인고속도로의 역사적, 공간적 의미까지 고려하면 일반도로전환과 일부녹지조성에 그치기엔 아쉬움이 크다. 모든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50년 후 인천의 랜드마크가 될 ‘인천숲’을 조성하자.

 

서울시가 서울역고가도로를 공원으로 조성한다. 45년간 수많은 차량이 지났던, 안전문제로 더 이상 차가 다닐 수 없는 고가도로가 보행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청계천복원에 고가보행공원까지, 추진과정의 논란은 차치하고 닫혔던 물길을 열고 자동차의 도로를 사람의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발상과 실행은 인천시민으로서 부러운 일이다.

 

경인고속도로는 서울역고가도로보다 2년 앞선 지난 1968년 개통되었다. 최초의 고속도로로 대한민국의 동맥이었고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다. 인천은 경인고속도로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관문으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고속도로 주변을 시작으로 고속, 압축 성장의 부정적인 면이 갈수록 커졌다.

 

특히 삶의 질, 주거복지, 환경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인고속도로는 인천을 남북으로 동서로 단절시키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높고 칙칙한 방음벽은 회색도시 인천에서도 손꼽히는 흉물이 되었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미세먼지는 환경개선대상 1순위가 되었다.

 

공원은 힐링의 공간이고 소통의 공간이고 생태의 공간이고 교육의 공간이다. 이관되는 경인고속도로 시점은 한남정맥의 아나지고개다. 한남정맥은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연결된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갈라져 산줄기로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핵심생태축이다. 종점에는 남항, 송도를 지나 인천앞바다로 흘러드는 용현천이 있다. 경인고속도로를 숲으로 바꾼다는 것은 한남정맥과 황해가 연결되어 인천의 생태축이 복원됨을 의미한다.

 

인천숲 조성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게 아니다. 인천숲은 단절되었던 생활공간을 연결되어 만남의 장, 도시공동체 회복의 장이 된다. 대한민국 속도와 경쟁의 상징이던 경인고속도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과 소통의 공간으로 바꿔보자.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향하던 인천시민들이 인천숲에서 이웃을 만나고 인천의 미래를 이야기하게 하자.

 

제1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제1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가 뚫렸다. 제3경인고속국도가 개통됐고 제1경인고속도로 직선화구간도 생겼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공사 중이다. 지금 인천엔 도로가 차고도 넘친다.

 

413 총선이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300만 인천시민들을 아파트값이나 따지고,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쯤으로 여기는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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