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PO 3차전서 삼성에게 88대92로 석패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았다. ‘예능 공룡’ 서장훈(42)이었다. 그는 “인삼공사와 삼성, 두 팀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현재는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장훈은 한국 농구계의 레전드다. 그는 연세대에 입학하던 1993년부터 20년 동안 한국 골밑을 대표해 온 간판센터였다. 1998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15시즌 동안 688경기를 뛰면서 통산 1만3천231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해당한다. 역대 2위는 1만19득점으로 추승균 전주 KCC 감독이다. 통산 리바운드에서도 그는 5천235개로 역대 1위다.
서장훈은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 이상민 삼성 감독과 인연이 남다르다. 김 감독과는 현역으로서 마지막이던 2012-2013시즌 부산 kt에서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 감독과는 연세대에서 대학 최고 가드와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서장훈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인삼공사 라커룸에 먼저 들렸다. 그가 들어서자 김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후배의 깜짝 방문을 반겼다. “감독이 되더니 헤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며 우스갯소리로 인사를 대신한 서장훈은 “오늘만큼은 삼성의 홈 구장이고 하니 한 번은 져 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 감독은 한참을 껄껄 웃더니 “나를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었느냐”면서 “그래도 승부는 승부”라고 선을 그었다.
서장훈은 이어서 삼성 라커룸에 방문했다. 이 감독과는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인 만큼 거침이 없었다. 첫 마디가 “벼랑 끝에 몰린 게 딱해서 지나가다 들렸다”였다. 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뒤따랐다. “얼마나 속이 타겠느냐. 오늘만큼은 꼭 이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서장훈은 이 감독과 약 10여 분간 담소를 나눴다. 경기를 앞두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후배의 격려가 큰 힘이 된듯한 모습이었다.
경기에서는 인삼공사가 삼성에 88대92로 패했다. 1ㆍ2차전에서 봇물 터지듯 터지던 3점슛이 다소 늦게 터졌다. 3쿼터까지 인삼공사의 3점슛 성공률은 29%(5/17)에 그쳤다. 4쿼터 들어 전성현(12점ㆍ3점슛 4개), 마리오 리틀(12점ㆍ3점슛 2개)의 3점포가 가동됐으나, 끝내 전세를 뒤엎진 못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이 2승1패가 됐다. 두 팀의 PO 4차전은 오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잠실=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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