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휘모 기자(오른쪽)가 직원과 함께 파손된 채 인도에 방치된 차선봉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특정 단어를 떠올리면 저마다 연상되는 특별한 기억과 추억이 있다.
기자에게는 그 중 하나가 ‘기동’이다. 정확히 15년 전 이맘때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이 ‘기동’ 중대라는 독립 중대였다. 시커먼 사내들이 좁디좁은 막사에서 몸을 부비며 지냈던 그곳이 가끔 떠오른다.
체험 활동을 앞두고 무엇을 할지 업무추진 계획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던 중 눈에 띈 ‘안양시 생활민원 기동처리반’. 단어 자체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업무활동임을 직감, 고생길이 눈에 보여 잠시 고민을 했지만, 민방위도 끝나가는 이 시점에 추억의 단어 ‘기동’에 이끌려 이번 체험활동을 결심했다.
눈치껏 발 빠르게! 긴장 속 첫 임무
1월 27일 오전 10시10분께 도착한 만안구청. 약속시간 십여분이 훌쩍지나 시작부터 꼬인 채로 헐레벌떡 주차된 이동차량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1t 포터 트럭 뒤 부지런히 작업 장비들을 싣고 있던 곽수혁 기동처리반장(46)과 직원 2명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시설물 보수를 위한 장비들을 마저 실으며 출발 준비를 완료했다.
기자가 파손된 기꽂이 보수작업을 위해 풀어진 볼트를 조이며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만안구가 추진 중인 생활민원 기동처리 업무는 도로·교통 시설물, 전기·통신선에 대한 상시 순찰을 통해 하자를 보수 조치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만안구의 중점추진 업무이다.
곽 반장으로부터 해당 업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차량을 타고 이동한 곳은 안양6동 장애인지원센터 인근 도로. 우회전 금지 교통표지판이 방향이 틀어진 채 방치된 것을 원위치로 조정하는 작업이 오늘의 첫 번째 할 일이었다.
차량을 멈춰 세우고 발 빠르게 하차하는 고참(?)들과는 달리 때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봐 겉옷을 주섬주섬 입는데 곽 반장과 직원들이 다시 차량으로 올랐다.
볼라드 보수·통신선 정리… 바쁘다 바빠!
100여m도 가지 않아 다시 차량을 세운 이들이 멈춰선 곳은 보도에 설치된 전봇대. 2~3줄의 통신선이 뒤엉켜 인도까지 늘어져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안전과 통행에 지장을 끼치고 있었다.
일단은 처음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속히 이동하는 것은 성공했으나 막상 전기선을 맨손으로 잡고 펜치로 자르고 정리하려니 전문가도 아닌 상황에서 괜시리 위험에 노출되는 거 같아 주저하자 곽 반장이 목장갑을 건넸다.
주택가 담벼락에 어지럽게 늘어져 안전을 위협하는 전기선을 정비하고 있다
곽 반장은 “우리가 하는 업무 중 가장 많은 작업이 통신선 정리”라며 “오늘 몇 번은 이 작업이 반복될 테니 눈여겨본 뒤 후에 작업에 동참하면 된다”고 말한 뒤 직원 1명과 함께 제멋대로 풀어 헤쳐진 전기선을 절단, 정리하며 능숙하게 일 처리를 진행했다.
이어 진행된 경계석 및 볼라드 보수 작업에서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관람 위주의 체험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왔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기동처리반이 처리한 작업량은 교통시설물, 경계석, 볼라드 보수 등 20여건에 달했다.
작업 중간중간 시민들 ‘눈총’… 양해·배려 절실
곽 반장은 “기동처리반 업무가 시설물 보수를 통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시설물 이용에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이뤄지는 일”이라며 “그러나 가끔 이러한 업무처리를 함에 오히려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하면 그때만큼은 힘이 빠진다”는 얘기에 아직도 우리 시민의식이 성숙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보수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 3시. 오전만 해도 전날보다 날씨가 풀린 듯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체감온도가 낮아져 몸이 굼뜨기 시작했다.
침하된 4차선 도로 정비를 위해 휴대용 아스콘을 이용해 평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양 3동 양화로 침하된 보도블록 공사를 하고자 곡괭이를 들고 블록 제거에 도전했으나 추운 날씨에 몸도 얼고 가뜩이나 불은 몸무게로 최근 들어 제 기능을 못하는 허리가 욱신거려 슬며시 옆에 직원에게 곡괭이를 넘겼다.
베테랑 직원도 추위에 얼어붙은 블록 제거에 진땀을 흘리고 간신히 파낸 블록 공간에 모래를 집어넣어 수평을 맞춘 후 다시 보도블록을 평평하게 깔았다.
생활민원 당일 처리! 추위 속 멈추지 않은 정비작업
이후 몇 차례 도로시설물 정비를 마치고 직원들은 오후 늦게 예정된 구청 노조회의에 참석하고자 만안구청으로 복귀하던 중 볼트가 풀어져 엉성하게 매달려 있는 기꽂이가 곽 반장 시야에 들어왔다.
회의까지 별로 남지 않은 시간임에도 굳이 차를 세워 풀어진 볼트를 단단히 고정하던 곽 반장은 “내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보는 즉시 처리를 하는 ‘당일 처리’가 이 직업을 수행하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고 기동처리반 직원들과의 짧은 만남이 끝났다.
운전대를 잡고 시청 기자실로 복귀하던 중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도로 교통 시설물들의 정비 상태가 눈에 들어오며 시민들을 위해 묵묵히 일처리를 해나가는 기동처리반 직원들의 노고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생활민원 기동처리반의 영역은 따로 없다. 민원인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불편한 요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해 민원을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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