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단원고 새학기

화장실 등 곳곳 아직 공사중 창문 없는 임시교실도 수두룩
비좁은 복도에 통행 불편까지 일부 학부모 도교육감에 항의

단원고등학교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결국 창문도 없는 교실에서 새학기를 출발, 앞으로 상당 기간 불편하고 어두운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됐다.

 

특히 종교계의 주재로 진행된 2차 협의회가 교실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나 앞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미지수다.

 

2일 단원고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남아있는 ‘기억교실’을 존치하면서 학사일정을 운영하기 위해 어둡고, 협소하고, 불편하고, 어수선한 ‘임시교실’에서 학생들을 맞았다.

 

 특별실을 쪼개 만든 임시교실들은 복도에서 교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없었다. 특히 2학년1반은 방음을 위해 복도쪽에 창문이 없이 설계된 음악실을 쓰게 되면서 방음문을 열지 않으면 교실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구조다.

 

 또 컴퓨터실, 교무실, 고사준비실 등을 리모델링해 일반교실로 전환된 다수의 교실은 채광이 잘 안 돼 어두침침했다. 일부 학생들은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컴컴한 교실에 엎드려 잠을 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 학생들의 이동에도 불편이 예상됐다. 특수교실로 향하는 복도 공간 한쪽을 샌드위치 패널로 막아 교사 식당을 마련하면서 남는 복도의 폭이 1m 남짓에 불과해졌기 때문이다.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은 화장실도 다수였고, 원래 있던 자리를 뺏긴 대형 그랜드 피아노는 복도에 놓여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교원들의 불편도 컸다. 본교무실을 1층 오른편에 위치한 도서실에 마련하면서 교사들은 서가 사이 사이에 책상을 놓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조차 힘들었다. 건물 밖에는 컨테이너 2동이 설치돼 각각 교장실과 마음건강센터(스쿨닥터실)로 꾸며져 있었다.

 

자녀가 다닐 학교의 모습이 궁금했던 학부모들은 이같은 학교의 모습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오전 8시30분께 학교를 찾아 교사들을 만나 격려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아직 공사 중인데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또 입학식이 끝난 뒤 학교 관계자와 도교육청 장학관 등에게 항의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기다려 달라는 응답만 되풀이됐다.

 

신입생 학부모 J씨(46)는 “기다리라고만 하지 말고 교실 문제를 언제 해결할건지 시한을 정해야 하지 않겠냐”며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교육이 이뤄진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협의회에서도 교실 이전과 관련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종교계가 주재한 2차 협의회가 4시간여의 마라톤 회의 끝에 추모사업의 방향과 교육비전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으나, 교실 존치 문제는 8일 3차 회의로 미뤄졌다. 결국 피해는 재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한편 단원고는 2일 오전 10시40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316명의 신입생을 환영하는 입학식을 개최했으며, 정광윤 신임 교장은 “단원고 교육가족의 일원이 돼 막중한 소임을 느끼며,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품고 행복한 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교육가족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훈화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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