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왕' 자리를 유지하려고 목돈으로 불려주겠다며 가입자 수를 늘리고는 제때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한 보험 설계사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원금을 배로 불려 주고, 돈을 빌려주면 4∼6%의 이자를 주겠다며 보험 가입자 수를 늘리고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한 혐의(사기)로 박모(48·여)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2013년까지 전국 단위 보험왕을 세 번 차지한 경력 20여년의 보험 설계사 박씨는 2013년 8월부터 작년 11월까지 28명에게서 304회 44억7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원금을 3년 후 약 배로 불려주겠다고 약속하고 보험 가입자 수를 늘렸다.
처음에는 약속한 돈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내 감당하기 버거워지자 "성과를 위해 해약한 고객의 보험을 유지하게 시켜야 한다"면서 4∼6%의 이자를 약속하고 고객들로부터 돈을 빌렸다.
이렇게 꾼 돈으로 박씨는 고객들에게 앞서 약속한 돈을 지급하며 '돌려막기'를 하거나, 이자 대신 보험에 가입시켜 주겠다면서 또 다른 보험에 가입시켜 보험왕 자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박씨가 돌려줘야 할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박씨의 약속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 결국, 돈을 제때 받지 못한 고객이 고소장을 내자 박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석했다.
조사결과 피해자가 받아야 할 돈은 적게는 1천900만원에서 많게는 10억여원에 달했다. 박씨를 통해 보험을 8개 가입한 사람도 있었다.
박씨가 돈을 불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라 피해자들이 실제로 건넨 돈은 이보다는 적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는 명예와 함께 연봉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왕 자리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가입자 수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고객들에게 갚아야 할 돈이 불어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씨로부터 추가로 약 16명이 30억여원을 피해봤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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