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흑을 잡고 186수 만에 불계패했다. 구글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0으로 누른 데 이어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마저 제압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이세돌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 승리를 자신했으나 5개월여 동안 ‘특수 훈련’을 쌓은 알파고는 판세를 읽고 수를 정하는 실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알파고는 쉴새 없는 자기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단련하며 압축 성장했다. 이런 인공지능의 강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세돌 9단은 정확한 계산에 의해 허를 찔리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알파고는 예상치 못한 승부수 한 방을 터뜨려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알파고는 백 102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했다. 뜻밖의 승부수에 당황한 이세돌은 장고를 거듭했으나 좀처럼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흑집이 무너지며 우상변이 백집으로 돌변해 형세가 급격하게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고, 이세돌은 이후 맹렬하게 추격전을 펼쳤으나 좀처럼 집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수차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민하던 이세돌은 결국 186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수읽기에서 기계인 알파고는 이세돌 9단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경기 종료 당시 이세돌 9단은 제한시간 2시간 중 약 28분이 남았지만, 알파고는 5분 남짓만 남겨둔 상태였다. 바둑 최고수와 대결하면서 프로그램에 입력된 최상의 수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가 장고를 거듭한 것은 바둑의 극단적 복잡성 때문이다. 바둑은 가능한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다. 알파고가 바둑의 수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효율을 아무리 비약적으로 개선해도 매번 망설임없이 바로 돌을 놓는 경지까지는 가진 못한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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