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시 첫날
사전 예약을 해 가입하려는 고객 1~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입자가 전혀 없거나 3~4명 정도의 고객만 상담을 받고 돌아갈 뿐이었다.
아직 ISA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고객이 많고 검증된 자료도 없어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 ISA 가입 고객 몰려 창구 포화?… 평소와 다름없이 한산
이날 오전 수원에 있는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지점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예ㆍ적금, 입ㆍ출금 등 일반 금융 업무를 처리하러 온 고객들이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을 뿐 ISA에 가입하려고 창구를 찾은 고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번호표를 뽑으면 바로 창구에서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고객이 적었다.
주말이 끝난 월요일에는 창구를 찾는 사람이 평소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ISA 출시 첫날 가입자가 몰려 창구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시중은행권의 예측과는 많이 달랐다. KB국민은행은 ISA 판매 첫날 은행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 상담과 업무량 증가로 지점이 혼잡해질 것을 대비해 본부 직원들을 파견했지만 불필요한 조치로 끝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처럼 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투자 종목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처음 출시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아직 낯설어해 가입자가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폭발적으로 늘기보다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장기간 투자금 묶어야 하는 불편, 복잡한 상품 내용 등이 가입 보류 원인
ISA가 낯설어 아직 가입자가 적다는 은행의 예상과는 달리 금융소비자들은 ISA 상품이 복잡하고 5년 동안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등 불편이 있어 가입을 꺼리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씨(39ㆍ여)는 “은행에서는 신탁형 ISA만 팔고 있어 고객이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가입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길고 펀드 등은 내용이 복잡하다”며 “서둘러 가입했다가 중간에 해지하면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에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가 없어 가입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ISA에 가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가 있는데도 예금 등 상품에 특별한 혜택이 없어 가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ISA 가입을 위해서는 금융투자성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제외하고도 은행거래 신청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ISA 특정금전신탁 계약서 등 총 9장의 서류에 35번 이상의 서명을 해야 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처음 상품에 가입할 경우 30~40분이 걸렸다. ISA 예금상품도 1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상품의 금리가 연 1.44%로 일반 예금 상품 금리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
직장인 장모(48)씨는 “복잡한 투자상품은 싫어서 예금으로만 ISA에 가입하려고 왔는데 수수료 등에 대해서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금리도 특별히 높은 것 같지 않아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비과세 혜택으로 효과는 분명, 가입 전에 충분한 상담 거쳐야
시중은행 담당자들은 ISA가 비과세 혜택뿐 아니라 기존 금융 수익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돼 가입 시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 혜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는 A상품에서 1천만원 이익이 나고, B상품에서 500만원 손실을 봤다면 A상품의 이익금 1천만원 전부에 대해 15.4%의 세금인 154만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ISA 계좌에선 이익과 손해를 통합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A와 B를 통합한 순이익 500만원 중 비과세 혜택을 받는 200만원을 제외한 300만원에 대해서 9.9%의 세금, 29만7천원만 내면 돼 124만3천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중도해지하면 세제혜택 등을 누리지 못하고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충분한 상담을 한 후 상품에 가입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ISA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는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 상품을 구성한 다음 얻을 수 있는 소득에 대해서 눈으로 확인하면 효과에 대해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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