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기억의 역사 ‘독일의 힘’

영국 박물관장의 ‘독일사 산책’
수치스러운 역사를 인정하고 수도 복판에 ‘기념비’ 세운 나라
獨 역사와 문화, 내면까지 훑어

미국, 영국, 프랑스, 영국 등 지난해 세계 주요 언론이 공통적으로 집중 조명한 인물 중 하나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언론은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유로존 채무 위기와 시리아 난민 사태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이제 독일은 유럽 대륙을 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경제와 정치 등 사회 전 부문을 이끄는 나라다. DMZ를 품고 북한과 맞닿은 경기도만 해도 ‘통독’에서 미래상생법을 미리 찾고자 독일을 집중 연구하는 상태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를 100년만 되돌려도 지금의 독일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역사상 가장 잔혹한 유대인 학살의 주범 아닌가. 불과 반세기 만에 어떻게 경제 강국, 정치 리더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다.”

<독일사 산책>(옥당刊)의 저자인 닐 맥그리거 영국박물관장은 독일 베를린 한 복판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보며 이 같은 의문의 답을 찾았다.

그는 영국박물관과 BBC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부끄러운 역사조차 분명히 밝히고 이를 단호히 질책하며 미래로 이끄는 독일의 자세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큰 역할을 맡게 된 배경이었음을 밝힌다.

 

‘독일사 산책’에 나선 저자는 박물관장답게 독일 민족이 남긴 기념비, 유물, 예술품 등 훌륭한 유산을 소개하며 독일의 역사, 문화, 정신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기념비를 보자.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 대륙이 혼란에 빠진 시기의 기록이 유럽 곳곳에 개선문으로 남아 있다.

프랑스는 유럽 정복에 나선 나폴레옹의 군대를 새긴 개선문을 파리에 세웠고, 영국은 나폴레옹에 맞선 웰링턴의 승리를 기리는 개선문을 런던에 건립했다. 독일도 바이에른 주의 도시 뮌헨에 나폴레옹 전쟁 당시 바이에른 군대의 희생과 성취를 기념하는 개선문을 세웠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심하게 훼손된 뮌헨 개선문의 남면을 보수하면서 파괴된 장식을 복구하지 않고 텅 빈 돌로 남겼다. 그리고 그 아래 “승리에 헌정되고 전쟁으로 파괴되어 평화를 역설하는”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저자는 건물, 물건, 인물, 장소 등을 조명하면서 독일사의 흐름을 정리하고 지금의 독일과 독일인을 이해할 수 있는 입체적 시각을 제시한다. 풍부하게 등장하는 유물과 예술품 등의 사진 자료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자 김희주는 서문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각 장이 하나 하나 독립된 소재와 주제로 엮여 있다. 일관된 기준은 독일에 대한 진정한 이해”라고 설명했다. 값 2만8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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