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한선교 vs 이우현, 극과 극의 두 남자 -용인병 선거구-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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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전 수지는 가난했다. 덜컹대는 시외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어쩌다 오는 이 버스가 도시로 향하는 통로였다. 광교산 자락 동네마다 각기 다른 공동체가 자리했다. ‘수지국민학교’ ‘고기국민학교’ ‘대지국민학교’, 그리고 ‘문정중학교’가 교육의 전부였다. 소작 농업, 배급 가정, 결식 아동…. 지금은 특별하게 여겨지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이 당시 수지에는 일상이었다. 50대 이상 원주민에게 남아 있는 기억이다.

이우현 후보(더불어민주당)가 그 중심에 있다.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이 후보의 어릴 적 별칭은 ‘가난한 집 아이’다. 가난한 수지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 아이였다. 배급받은 밀가루로 아침을 때웠다. 그의 도시락을 본 친구가 없다. 4교시가 끝나면 교실을 뛰쳐나왔다. 수돗가 물로 배를 채우고 학교 뒷산으로 올라갔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잃었고 붙여 먹던 소작농도 끊겼다. 비 새는 초가지붕 이엉을 동네 청년들이 고쳐줬다.

이 후보가 정치를 한 것도 그 가난 때문이다. 모두 떠난 고향을 홀로 지켰다. 새마을지도자로 동네 심부름을 도맡았다. ‘먹고 살만해지자’ 결식 아동 돕기에도 나섰다. 이런 그를 보고 주민들이 정치를 권했다. 어릴 적 먹여 살려준 지역이 베푼 또 한 번의 은혜였다. ‘가난했던 추억’에 대한 뿌리 깊은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던 선거 때도 그는 매번 당선됐다. 지금도 그의 첫 번째 자랑은 ‘수지 출신 시 의장’이다.

90년대 이후 수지가 달라졌다. 수지지구가 개발되면서다. ‘제2의 분당’이라 불리며 사람들이 몰려왔다. 신봉리에는 신봉지구가 섰고, 성복리에는 성복지구가 섰다.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세무 조사…. 강남ㆍ분당의 고유명사였던 단어들이 수지지구에 등장했다. 중학교가 늘었고 고등학교도 생겼다. ‘수지고등학교’는 언제부턴가 경기 남부 최고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수지구 주민들에겐 대한민국 최고 도시라는 자부심이 있다.

한선교 후보(새누리당)가 그 중심에 있다. 애초부터 ‘스타’였다. ‘아침 만들기’(MBC), ‘좋은 아침’(서울방송)을 진행했다. TV 앞 주부들에게 그는 최고의 아이콘이었다. 그가 2004년 3월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정치 기자들 사이에 박지만씨와의 특별한 관계가 알려지지 시작했다. 서울 출신, 인기 방송인, 세련된 외모까지. 도시적 이미지를 온몸으로 풍기며 등장한 그가 17대 총선에서 수지를 택했다. 수지구민들이 환영하며 만든 당선이었다.

18대 총선은 그에게 특별했다. 친박(親朴) 성향이 발목을 잡았다. 친이(親李)의 표적이 되면서 공천에 탈락했다. ‘살아 돌아가겠다’며 무소속을 택했다. 탈락한 친박 여럿도 같은 길을 택했다. 하지만, 실제 살아 돌아간 건 그였다. 정당ㆍ기호 정치 속 기적이었다. ‘한선교=수지구’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게 그때부터다. 당내 경쟁자든, 상대 경쟁자든 그의 이름 앞에서 무력화됐다. 지금도 새누리당은 용인병을 ‘능히 이겨 줄 곳’으로 꼽는다.

한선교와 이우현. 20대 총선 용인병에서 맞붙은 두 남자다. 어디서도 찾기 힘든 극단의 대비다. 한쪽은 풍요로운 ‘수지구’의 상징이다. 다른 쪽은 가난했던 ‘수지면’의 상징이다. 한쪽은 세련된 ‘도시 남자’ 이미지다. 다른 쪽은 투박한 ‘농촌 남자’ 이미지다. 한쪽은 중앙 정치의 ‘권력 실세’라 불린다. 다른 쪽은 지역 정치의 ‘산 증인’이라 불린다.

지난 주말, 풍덕천 오거리에서 들어본 여론도 둘 만큼이나 극명하게 갈렸다. “역시 수지에는 한선교 후보가 필요하다”(한선교 지지). “이제 수지를 아는 이우현 후보가 필요하다”(이우현 지지). “시 의장만으로는 국정능력이 안 된다”(이우현 비판). “국회의원 3번 하더니 건방져졌다”(한선교 비판).

<용인병 예비후보: 한선교(새누리당)ㆍ이우현(더불어민주당)ㆍ김해곤(국민의당)ㆍ하태옥(정의당)ㆍ정익철(무소속)-2015년 3월 21일 현재 선관위 등록>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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