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TV토론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2025년 달 착륙선 계획이 있는데 2020년까지 앞당기려 한다.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 2013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대통령의 약속대로 달 탐사 계획을 5년 앞당겼다. 탐사 계획만 앞당겼을 뿐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을 겨냥해 ‘2020년까지 달 탐사’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집에 “한반도 최초로 달 탐사를 성공시켜 우주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적혀있다. △75t급 엔진 개발, 300t급(3단형 로켓) 한국형 발사체 독자 개발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ㆍ발사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 탐사 기술협력 위한 국제협약 체결 △달 궤도선ㆍ착륙선 자력 개발, 발사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실현될까 싶지만 실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이다.
새누리당의 이 공약은 새롭지 않다. 박 대통령 공약의 재탕이고, 정부 사업에 무임승차한 것이다. 새누리당에게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지, 제대로 성공할 지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선거 공약이 늘 그렇듯 그냥 구호니까.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 청년ㆍ여성ㆍ노인 일자리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상당수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재탕 또는 연장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공약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다며 “당의 5대 총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1년치 세비를 반납한다”는 후보자 서명운동을 벌이는데 이 역시 쇼로 보일 뿐이다.
더민주의 복지 공약도 무책임해 보인다. 2018년까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30만원을 균등 지급하겠다고 하고, 국민연금기금에서 매년 10조원씩 10년간 100조원을 가져와 임대주택, 보육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어르신 빈곤 제로 시대 등 좋은 말만 모아 공약집을 내놓았다. 여기에 또 무상 공약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허덕거리면서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인 고교 무상교육을 들고 나왔다. 재원 마련 대책은 없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홀리는 말들이 난무한다. 말 잔치는 말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약은 ‘믿거나 말거나’다. 이번 총선을 겨냥해 나온 공약들 역시 고민도 없고 성의도 없고 비전도 없다. 구호만 요란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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