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른 신문사 후배 기자가 이번 총선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
인천은 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고, 이번 총선은 정치 불신이 가중돼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기사였다.
사실 그렇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인천의 투표율은 51.4%로 17개 시도 중 꼴찌였다. 후배 기자는 1면에 어울리는 기사를 쓴 셈이다. 기사를 읽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인천의 투표율을 올려 이 기사를 오보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났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보다 더 바쁜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돼 투표 독려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홍보캠페인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 “올해 인천 투표율 12~13위 목표 달성!”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8시 30분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인천지역 10개 군·구 선관위가 동시에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는 날이었다.
캠페인에 앞서 시 선관위 조태성 홍보과장, 최승욱 팀장 등 직원들과 회의를 했다. 이날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또 인천의 투표율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최 팀장은 “인천은 외지에서 온 분들이 많아 투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17개 시도 중 투표율이 12~13위 정도로 목표를 잡아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전국 평균 투표율은 54.3%였다. 인천은 51.4%로 평균을 깎아 먹었다. 17대, 18대에도 각각 57.4%, 42.5%의 투표율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인천시 선관위 마스코트인 알리 옷을 입고 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기자가 만난 인천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녁 선술집에서 술잔을 든 시민들의 대화에 정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그 관심을 표출하는 데는 인색하다.
젊은 유권자들은 선거하는 날을 휴일로 치부해 버린다. 내 손으로 제대로 일할 지역의 일꾼을 뽑아 부려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선거 당일만 까먹는 현실이 아쉽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다’를 외치며 투표율 꼴찌의 불명예를 떨쳐버리리라.
선관위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업무를 경험하고 있다.
■ 정책선거 분위기 확산… 다양한 행사
회의를 마치고 투표 독려 캠페인 현장으로 출동했다. 선관위 마스코트인 ‘참참’, ‘바루’, ‘알리’ 옷을 차례로 입어 봤다. 뚱뚱한 탓에 선관위 직원의 도움으로 간신이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남구 선관위 직원과 시민 20여명과 함께 인천버스터미널 대합실 앞에서 홍보활동을 펼쳤다. 참참이가 돼 많은 시민을 만나며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총선 당일 투표가 어려우면 4월 8일, 9일 이틀간 읍·면·동에서 사전 투표를 할 수 있다. 특히 시 선관위는 이 기간 인천공항 3층 G 카운터에 출국·입국하는 유권자들이 사전에 투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총선은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시 선관위는 남은 기간 정책선거 분위기 확산을 위해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6일에 4개 정당 인천시당 대표자가 참석해 10대 정책을 발표하고, 협약증서에 서명하는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을 개최했다.
4월 3일에는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현장 중심의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인천대공원에서 셔틀버스를 변형해 만든 투표버스에 유권자, 어린이 등과 함께 탑승하면 투표를 체험할 수 있다.
홍보물을 정리하고 있다.
■ 홍보·공정선거 감시… 직원들 ‘불철주야’
홍보를 마치고 시 선관위에 복귀했다. 후보간 상호 비방, 흑색선거가 돼서는 투표율을 높일 수 없다는 최 팀장의 설명이다. 최근 SNS를 통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등을 신고하는 내용 중 허위사실 유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실정이다. 이같은 흑색선거는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주고, 결국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위해 시 선관위는 별도 사무실에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을 꾸렸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선거부정방지단은 SNS에 올려 있는 흑색·비방 글을 검색해 주의 또는 삭제 조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시 선관위는 정책선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후보자 토론회도 주최한다. 4월 4일부터 7일까지 선거구별로 토론회를 열어 공약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릴계획이다.
총선을 앞둔 선관위는 밤, 낮이 없었다. 투표율을 올려야 하는 홍보과, 공정 선거를 위한 감시를 벌이고 있는 지도과, 투표부터 개표까지 절차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과 등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쉴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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