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억원. 연봉 4천700만원.
프로야구 kt wiz 내야수 김연훈(32)이 올해 구단과 맺은 계약 조건이다. 수십억원대 계약이 흔한 요즘 프로야구 시장에서는 박봉에 속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개막 3연전에서 선보인 김연훈의 활약은 억대 연봉 선수 못지않았다. 3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 4타점, OPS(장타율+장타율) 1.235를 기록했다. 해결사 기질도 돋보였다. 그는 1일 친정팀 SK 와이번스와 개막전에서 0대0으로 맞선 2회초 SK의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3일에는 0대2로 패색이 짙던 7회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다.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데뷔한 김연훈은 사실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SK에 트레이드 된 2008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로 대주자나 내야 백업 선수로 기용됐다. 김연훈은 “1군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고자 발버둥치던 시기였다”며 “그러던 차 허리 부상이 겹치면서 회의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 있었지만, 방망이가 약했다. 결국 SK는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때 김연훈을 4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방출에 가까웠다. 하지만 kt가 지명권 한 장을 쓰면서 김연훈은 야구인생 제2막을 열 수 있었다.
kt에 새 둥지를 튼 김연훈은 지난 겨울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언제까지나 백업 요원으로 전전할 수 없다’는 간절함이 그를 일깨웠다. 수비뿐 아니라 방망이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자 손바닥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타격 폼을 수정했다.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는 힘을 빼기 위해 스윙을 짧고, 간결하게 만드는 데 온힘을 쏟았다. 김연훈은 “조범현 감독님부터 황병일 수석코치님, 이숭용·최종범 코치님까지 모두 나서주셔서 단점을 세심히 지적해주셨다”며 “그 부분을 보완하고자 부단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연훈은 “대수비든, 대주자든 매 경기 나갔을 때마다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kt 목표인 탈꼴찌도 놓칠 수 없다. “매번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 kt가 꼭 탈꼴찌를 하고 싶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도록 최선을 다 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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