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삶 7년째… 받은 은혜 베풀고자 베트남 노동자와 사업주 소통 힘써
“제2의 고향인 사랑하는 한국과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한국에 결혼 이주 여성으로 입국해 지금은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이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 소속 통역사 웽업뚜엔씨(33)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주민등록을 마치고 이제는 ‘원지윤’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고 있다. 처음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진짜 한국 사람이 됐다는 생각에 설레고 벅찼다.
통역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다. 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 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말만 전달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일을 할수록 전문적인 용어와 근로 정책에 대한 지식이 요구돼 어려움이 많았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매주 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 덕분에 외국인 근로자 제도에 관한 준(準) 프로가 됐다.
통역사 일을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한국에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그 은혜를 갚고 싶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자신처럼 타국에서 고생하는 베트남 사람을 돕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일이 통역사였고, 마침 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을 위한 통역사를 모집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말이 안 통해서 생기는 사소한 오해로 힘들어하는 베트남 근로자들과 사업주들을 위해서 일하는 매 순간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통역 일 외에도 베트남에 계속 있었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기회들을 많이 얻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졸업으로 받은 청소년 교육학 학사 자격도 그 중 하나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로서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힘들 때 도와주고자 청소년 교육학을 선택했다.
지난 2011년 방통대에 입학해 4년 만에 정규 학위를 이수, 지난해에 졸업했다. 무사히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딸과 아들 덕분이었다. 출석 수업으로 학교에 갔을 때 울거나 떠들지 않았고, 시험기간에는 공부할 수 있도록 엄마를 배려해줬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3학년인 아들 모두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특히 딸은 커서 엄마처럼 통역사가 되겠다고 베트남 어를 공부하고 있다. 화목한 가정과 매일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그의 하루는 늘 봄처럼 따뜻하다.
웽씨는 “사는 게 힘들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잘 자라준 아이들과 부족함 없는 지금의 생활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이정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