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공지능(AI) 일임형 ISA로 확대… 맞춤형 상품 판매 시기상조 지적

시중은행이 금융권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로 일임형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를 판매할 계획인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 투자 성향보다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춰 불완전판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객 맞춤형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기능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5일 시중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IBK기업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아 오는 11일부터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한다. 일임형 ISA는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투자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가장 적합한 수익모델을 구성,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고객이 직접 상품을 구성하는 신탁형 ISA와 달리 금융사가서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구성한다.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은 4곳 중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우리, IBK기업은행은 일임형 ISA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기존 수익률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금융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투자자에게 추천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은행권에서는 적은 투자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방대하고 객관적인 투자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같은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소비자에게 부적합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불완전판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돼 있어 안전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을 추천할 가능성이 커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아직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 발생 때 고객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로보어드바이저의 기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기준과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먼저 도입한 영국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로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피해가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전문상담원이 로보어드바이저와 함께 상품 판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상품에 관한 수익률 분석 등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고 구체적인 상품 선택과 운용에는 해당 직원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 차원에서도 고객에게 부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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