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종교와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이라 일컫는 알파고와의 대결을 보면서 기계의 고도 발전이 우리 인간에게 보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의 발돋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재앙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100년 이내에 인류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되고 결국엔 이에 의해서 멸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인류발전의 역사를 보면 이런 재앙에 대한 우려를 여러 번 겪어 왔습니다.

19세기 노벨이 폭약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면서 인간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상상을 초월한 재앙이 인류에게 닥치기 시작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인슈타인이 물질의 원리를 발견하면서 핵에너지의 발명이 인류에게 각 방면으로 다양하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론 인류에게 무서운 재앙을 던져주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직접적으로 북한의 핵폭탄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독립과 동시에 하느님을 보호자로 모시게 됨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이것이 건국이념입니다. 그래서 미국 국가의 끝 소절이 “우리의 모토는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입니다. 성경 창세기에서 인간이 바벨이란 탑을 쌓으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넘어 기고만장 함을 하늘 위까지 치솟게 함을 봅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여러 언어를 뒤섞어 놓는 벌을 내립니다. 미국의 지폐나 동전(페니)엔 꼭 ‘In God we trust=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라고 건국이념의 모토를 넣습니다.

 

또한 1달러 지폐 왼편에 있는 탑은 13개 주를 의미하지만 내용상으론 인간의 오만방자함의 상징인 바벨탑 위에 하느님을 표현하는 삼각형 안의 현란한 눈을 모셔 놓았습니다. 

아래쪽에는 라틴어로 ‘자손만대의 새로운 질서=novus ordo seclorum’란 글을 새겨 놓았고 위쪽에는 ‘annuit coeptis=우리가 하느님을 모시니 인정하시고 보살펴 주소서’란 글을 써넣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라의 공식 행사에서는 꼭 기도를 합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지도자들은 인간의 무한대라 할 수 있는 능력 앞에 바벨탑의 만용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느님의 위엄을 제시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 인간은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 앞에 맞섰습니다. 현재 기술적으론 인간도 복제를 할 수 있는 지경에 까지 도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우리 인간이 Android(인조인간=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니 cyborg((신체 일부가 기계로 개조된 인간)와 함께 공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미 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과 뒤섞여 살 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종교가 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사랑, 불교의 자타불이(自他不二), 유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입니다. 이것은 결코 기계가 우리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닮을 수 없습니다. 영혼은 영원한 세상을 향한 존재임을 우리 예수님께서 제시하셨습니다. 기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도구의 역할은 할 수 있어도 주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기계를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의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종교의 틀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최재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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