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30대 여성이 서울 도심의 경찰서 안에서 유독물질인 황산을 뿌려 경찰관 4명이 최고 3도의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3도 화상이면 피부는 물론 내부 피하지방층까지 손상돼 원상회복이 힘든 상태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하는 경찰서 내부에서 경찰이 황산 테러를 당한 사건에 시민들은 적잖게 놀랐다. 경찰서 보안체계도 문제이고,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유독물질 관리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사실도 불안케 했다.
경찰서는 민원인, 범죄인 등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장소이니만큼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으로는 경찰서에 흉기와 폭탄을 소지하고 출입한다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그동안 경찰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다. 2012년 9월, 진주에선 40대 남자가 야간에 굴착기를 몰고 경찰 지구대로 들이닥쳤다. 40여분간 지구대, 순찰차 등 주변 공공기물을 닥치는대로 부수다 결국 경찰이 실탄을 쏘고서야 검거됐다. 진주에서 벌어진 굴착기 난동이나 이번 황산 테러처럼 극단적인 사건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경찰이나 자치단체 등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품고 경찰이나 공무원을 찾아가 위해를 가하는 사건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달 화성에서는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된 50대 남성이 파출소 앞에 부탄가스 56개를 실은 승용차를 세운 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자신이 표적 단속된 것 같아 항의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한다. 작년 11월 남양주에선 50대 남성이 새벽에 파출소를 찾아 난동을 부리다 즉결심판에 넘겨지자 앙심을 품고 파출소를 다시 찾아와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경찰서는 민원인들의 이런 돌발적 폭력행위에 취약하다. 일선 검찰청이나 법원만 해도 금속탐지기나 X선 장비로 의심스러운 인물을 1차로 걸러내지만 경찰서에는 그런 장비도 없다. 일선 경찰서의 경우 민원인이 찾아오면 방문 부서와 용무, 약속 여부를 묻고 신원을 확인한 뒤 방문증을 발급받아 들어가게 된다. 이마저도 경찰서마다 사정이 달라 동일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허술한 면이 많다.
경찰과 민원인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소 불편하지만 외부인 출입시 보다 강화된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추락할대로 추락한 공권력이 더 이상 조롱당하지 않도록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한다.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무너진 공권력은 회복돼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