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서 노력 정규시즌서 결실
“우리 준호가 달라졌어요.”
시범경기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1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하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kt wiz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어떤 유형의 투수를 상대로도 자신의 베팅을 하더라.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속된 말로 MSG를 친 말인 줄 알았다. 하준호는 당일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보자면 당시 kt 관계자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닌 것 같다. 5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개막 경기까지 포함한 지난 4경기에서 하준호가 거둔 성적은 타율 0.500(14타수 7안타), 3타점, OPS(장타율+출루율) 1.071. 완전히 1군 전력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자로 나서 5일 삼성전에서는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까지 자처했다.
2008년 2차 1라운드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던 당시만 해도 하준호는 좌완 투수 유망주였다. 2009년과 2010년 1군 무대에서 총 25경기 15.1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2011년 4월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도 받은 하준호는 2013년 고민 끝에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지난해 5월 2일 롯데에서 kt로 팀을 옮겼다.
이적 후 타율 0.271, 5홈런, 25타점으로 활약한 하준호였지만 올 시즌 입지는 불안했다. 동 포지션에 유한준, 이진영 등 베테랑이 합류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하준호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이를 악물었다. 코칭스태프가 휴식을 취하라고 해도 스스로 그라운드로 나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아픈 곳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가리켜 “고생을 더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스프링캠프에서 흘린 땀은 정규시즌에 들어 결실을 보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은 하준호는 이제 kt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그는 “이제 진짜 야구 선수가 된 것 같다”며 “지난해 부상으로 약 2달 동안 1군에서 제외됐는데 올해는 건강히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하준호의 성장에 kt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kt는 4경기에서 3승1패를 거둬 창단 후 처음으로 단독 선두 자리에 올랐다. 개막 11연패를 당하는 등 ‘동네북’ 신세가 되면서 다른 팀들의 ‘승수 자판기’ 취급을 받던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준호는 “올해 팀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선배들이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와 많은 것을 알려주신다”며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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