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빅리그서 만난 친구 추신수·이대호

맞대결에선 추신수가 이대호에 판정승

▲ 이대호
▲ 이대호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투수의 공에 종아리를 맞고 1루로 향했다. 베이스 위를 지키고 있는 ‘친구’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그의 엉덩이를 툭 쳤다. 둘은 미소를 보내고, 미소로 답했다. 1991년 부산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한 ‘소년’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만났다.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 추신수는 텍사스 2번 우익수, 이대호는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야수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동시에 선발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인 투타 대결은 2004년 김선우와 최희섭을 시작으로 2013년 류현진과 추신수까지 15번 벌어졌지만, 야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5일 팀 개막전에서 잠깐 마주쳤다. 당시 추신수는 선발 출전했으나, 이대호는 대타로 나서 한 타석만 등장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텍사스가 좌완 마틴 페레스를 선발로 내보내면서 우타 1루수 이대호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왔고, 경기 시작부터 둘의 이름이 전광판에 자리했다. 추신수와 이대호의 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장면이었다.

 

이대호는 부산 수영초등학교 3학년 때 추신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 추신수는 부산중·부산고, 로 진학해 둘은 ‘구도’ 부산에서 라이벌전을 펼쳤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서는 둘이 힘을 모아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 추신수. 연합뉴스
2001년 추신수는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행을 택했고, 이대호는 연고지 구단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이대호는 한국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고 둘은 ‘메이저리거’와 ‘조선의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2010년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MVP, 2015년 일본시리즈 MVP에 오르는 등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는 거액을 보장하는 일본 구단의 구애를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둘의 인연은 한국 야구의 역사가 됐다. 공교롭게도 두 친구가 프로 데뷔 후 처음 선발 맞대결하는 장면이 ‘한국인 야수의 첫 메이저리그 선발 맞대결’로 기록됐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텍사스와 시애틀은 올 시즌 19차례 맞대결한다. 5, 6일 두 경기를 치렀고, 아직 17차례 맞대결이 남았다. 두 친구가 더 화려한 역사를 만들어낼 시간은 충분하다.

 

첫 맞대결에서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추신수가 처음 정규시즌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대호에 판정승을 거뒀다. 추신수는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얻어 3차례 출루했다. 타격 성적은 2타수 무안타였지만 장기인 ‘출루 능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반면 이대호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경기는 넬슨 크루스, 로빈슨 카노, 세스 스미스, 사디나스의 홈런포를 앞세운 시애틀이 10대2로 이겼다.

 

조성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