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wiz 새 외국인 투수 슈가 레이 마리몬(28)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혼란스럽다. 독특한 투구 스타일 때문이다. 마리몬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투수들과 달리 와인드업(팔을 올리는 정상 자세)을 하지 않고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린다. 또 킥 아웃을 자유자재로 조절해가며 템포를 조절한다. 느린 템포로 던지다 갑자기 빠르게 공을 던지는 식이다.
변칙적인 투구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좀처럼 잡지 못한다. 지난 1일 시즌 개막전에서 마리몬을 상대한 SK 와이번스도 그랬고, 8일 만난 KIA 타이거즈도 그랬다.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마리몬은 이 변칙 투구를 앞세워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SK전에선 6이닝 7피안타 4실점, KIA전에선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제구가 조금 흔들렸지만, 고비처마다 변칙 투구가 빛을 발했다. 마리몬은 9일 인터뷰에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한국 타자들에게 혼동을 주기 위해 한 시도였는데, 지금까지 잘 먹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변칙 투구를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본래 자신의 투구 폼이 아닌 까닭에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리몬은 누구보다 안정적인 투구를 펼친다. 마리몬은 이에 대한 비결로 집중력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활약할 때도 종종 변칙 투구를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공을 조금 더 낮게 던지려고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몬은 올해 kt에 합류한 요한 피노, 트래비스 밴와트에 비해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조범현 kt 감독도 “구속이나 구위는 좋은데 종종 볼이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리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제구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매 순간 집중한다면 보완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을 변칙 투구로 메우며 KBO리그 연착륙을 알린 마리몬. 그는 경기 전후는 물론 새벽에도 기도를 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런 마리몬에게 시즌 목표를 물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이 알고 계신다. 난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 할뿐이다.” 기독교 신자다운 답변이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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