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백세 인생’·남은 투표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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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우리 경제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연평균 10%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대국이 됐다. 그 속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기적이 있다. 바로 ‘수명 연장의 기적’이다. 1970년 평균 수명은 남자 58.6세, 여자 65,5세였다. 1980년에는 남자 61.7세, 여자 70.0세였다. 1990년에는 남자 67.2세, 여자 75.5세였다. 2000년에는 남자 72.2세, 여자 79.6세였다. 2010년에는 남자 77.2세, 여자 84.0세였다. ▶2015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남성 78.5세, 여성 85.1세다. 평균 81.8세라는 수치는 OECD 회원국 중 11번째로 높다. 일본(83.4세)이 1위, 스페인(83.2세)이 2위다. 경제 1등 미국(78.8세)이나 2등 중국(75.4세)보다 우리가 위다. 인간이 경제에 매달리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행복의 첫 번째 기준은 건강히 오래 사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한강의 기적’과 한국 국민의 ‘장수의 기적’은 그렇게 같이 왔다. 이제 아무도 ‘100세 인생’을 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수 이애란은 ‘백세 인생’을 불러 히트했다. 너무 비싼 사용료 때문에 선거 로고송으로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노랫말에 투표 횟수를 계산해 보면 이렇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육십 세는 젊다. 평균 수명까지 21년이 남는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는 4번, 국회의원 선거는 5번밖에 안 남는다.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도 여전히 할 일이 많다. 평균 수명까지 11년이 남는다. 남은 선거 기회는 대통령 2번, 국회의원 3번이다. ▶젊다 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 현행법상 가장 젊은 유권자는 4월 13일 현재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이다. 이 젊은이들에게 남은 기대수명은 62년이다. 대통령 선거는 12번, 국회의원 선거는 15번 치를 수 있다.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30대 유권자. 투표장 갈 시간도 아까울 나이다. 기대수명까지 51년이 남는다. 이들에게도 남은 선거는 대통령 선거 10번, 국회의원 선거 12번뿐이다.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국회의원 선거. 바야흐로 선거 홍수 시대다. 1년이 멀다 하고 선거가 치러진다. 이러다 보니 선거 무관심이 날로 커진다. 하지만, 선거판에 ‘흔한 선거’와 내 인생에 ‘남은 선거’를 따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젊어도 15번을 넘기기 어렵다. 한두 번만 남겨 놓은 유권자들도 있다. 이런 기회 가운데 하나가 오늘 사라진다. 그냥 버릴 것인가.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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