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적 여유’ 얹은 kt wiz 김상현, 어느 해보다 강하다

▲ kt wiz 김상현 빠던, kt wiz제공
▲ kt wiz 김상현 빠던, kt wiz제공

프로야구 kt wiz 내야수 김상현(36)의 야구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2000년 2차 6라운드 42순위로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김상현은 이듬해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거포 유망주로 기대받았지만, 잠실 구장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김상현은 2009년 KIA로 돌아온 뒤에서야 제 옷을 입은 듯 활약했다. 그해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정규리그 MVP와 홈런왕·타점왕도 그의 차지였다. 이후 부상으로 하락세를 그리던 그는 2013년 kt로 또 한 번 팀을 옮겼다. 그리고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기 시작했다.

 

조범현 kt 감독은 지난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김상현은 올해 40홈런도 가능하겠다”고 했다. 2009년 KIA에서 김상현을 지도했던 조 감독은 “기복 한 번 없이 캠프를 소화했다. 김상현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상현은 시범경기 때부터 이 같은 조 감독의 기대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타율 0.333(36타수 12안타)을 기록하고, 타점 9개를 올렸다. 홈런도 5개나 쏘아 올리며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김상현은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SK 와이번스와 개막 3연전에서 발목을 다쳐 몇 경기 결장했지만, 다행히 1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특유의 장타 본능 과시했다. 특히 이날 6회말에는 비거리 145m 초대형 아치를 그리며 케이티 위즈 파크 개장 후 가장 큰 홈런포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당시 김상현은 “내게 아직 이런 홈런을 칠 힘이 남아있다니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상현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팀이 0대5로 뒤진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넥센 선발 신재영의 122km 체인지업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3호이자 개인 통산 150호째 홈런이었다. 또 7년 만의 홈런왕 도전에 신호탄을 쏜 한방이었다. 김상현은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욕심이 많아 실투를 놓치면 자책을 하곤 했지만, 지금은 부담을 덜 갖고 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가족과 여행을 다니며 휴식을 취했다. 그는 “시즌 내 함께 하지 못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심적 여유를 찾았다”고 했다. 당시 찾은 여유는 지금까지 활약의 밑바탕이 됐다. 2011년을 끝으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김상현은 지난해 27홈런을 때리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올해 심적 여유까지 얹은 김상현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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