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 절반 이상이 전셋값이 올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비책이 있더라도 저소득층 상당수는 전세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연구원이 펴낸 ‘주택시장 행태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전세로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전세금 상승에 대비한 비율은 45.4%로 집계됐다. 대비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도 소득 계층별로 확연히 구분됐다. 고소득층 가구는 58.9%가 대비책이 있다고 했지만, 중소득층은 48.3%, 저소득층은 27.4%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은 대비책이 있더라도 전세자금 대출을 받거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저소득층은 대비책으로 ▲여유자금 활용(50.9%) ▲전세자금대출(21.7%) ▲인근 저렴한 집으로 이사(8.5%) 등을 꼽았다. 보증부 월세 전환도 5.6%나 됐다.
반면 중소득층은 여유자금 활용(63.2%), 전세자금 대출(18.7%), 주택구입(8.4%) 등의 순으로 답했다. 고소득층도 여유자금 활용(68.4%), 전세자금 대출(16.2%), 주택구매(7.6%) 등의 순으로 답했고, 특히 중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비율은 없었다.
주택을 옮길 때 고려하는 부분도 소득별로 차이를 보였다. 저소득층은 유지관리비(45.6%)를 가장 고려했지만, 중소득층은 주택규모(23.8%)와 주택유형(22.9%), 고소득층은 교통 및 거주환경(28.9%)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와 함께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응답은 저소득층(43.5%)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현재 가격으로 기다리겠다는 응답은 중소득층(81.2%)이 많았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겠다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주 주택 결정에서도 유지관리비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해 자금지원을 통한 주거비 부담 완화와 저렴한 임차주택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소득층은 매도하려는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인하해 매도하겠다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이들 계층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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