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현재와 같이 여야정당이 상호불신과 갈등만 유발하며 국정을 발목 잡아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유권자가 정치에 실망하게 되면 투표장에 가지 않고 기권을 하여 투표율이 낮은 것이 일반적인 투표행태이지만 이번 총선에선 오히려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한국정치가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태로 정치를 하면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투표장을 찾아 신선한 한 표를 통해 정치권에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총선 민심은 한국정치는 4류(四流)밖에 안 되지만 유권자는 1류(一流)가 되어 한국정치를 똑바로 잡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총선에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간절한 희망임과 동시에 명령이다. 유권자는 선거를 통해 기득권에 안주하는 여권을 심판하여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동시에 20년 만의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형성해 주었다. 유권자는 절묘한 의석 배분을 통해 어느 정당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또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잘못된 의정행태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과반에 훨씬 미달하는 122석을 주었기 때문에 설령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 7석을 합쳐도 과반이 안 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123석이기 때문에 2명의 더불어민주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가 입당해도 역시 과반이 안 된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자당이 추구하는 입법을 위해서는 38석의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법안 통과에는 재적의원 과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 의결정족수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여야정당은 의회운영 방식을 변화해야 한다. 국회뿐만 아니다. 청와대는 물론 행정부도 지금과 같이 여당의 힘만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로는 정책을 입법화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이 국회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만을 나타내는 것이며,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선진 민주정치국가들은 이런 여소야대 정치 환경하에서도 의정 활동은 물론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하여 역시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몇 차례 있었던 여소야대 하에서 협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위적으로 합당하거나 또는 국정이 혼란을 겪었다.
우리도 이제 경제규모에 걸맞은 선진국이 되려면 정치에서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이번 4·13총선이 정치권에 준 준엄한 명령임을 인식, 협치를 통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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