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 없다면 그저 그런 타자지만, 득점권일 때는 전혀 다른 타자가 된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정의윤(30)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18일 현재 득점권에서 타율 0.467(15타수 7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만루인 상황에서 타율은 무려 0.750(4타수 3안타)이다. 반면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은 0.192로 떨어진다.
지난주 5경기에서도 그랬다. 정의윤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맥없이 돌아서기 일쑤였으나, 득점권에선 맹타를 휘두르며 매 경기 타점을 올렸다. 지난 17일 수원 kt wiz전에서 11회초 2사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루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덕분에 정의윤은 타점 순위에서 리그 전체 1위(19개)를 달리고 있다. SK도 5경기 가운데 4경기를 쓸어 담으며 2위(9승5패)로 올라섰다.
정의윤은 이처럼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과 관련해 “운이 좋을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정의윤은 17일 인터뷰에서 “최근 타격감도 좋지 않은데 운 좋게 방망이에 걸리고 있다”며 “굳이 비결을 꼽자면 타석에서 늘 집중력 있게 끝까지 승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정의윤은 프로 입성 당시만 해도 초고교급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LG에서 보낸 8년 동안 홈런 10개를 넘긴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7월 쫓겨나듯 SK로 트레이드된 이후 달라졌다. 59경기에서 타율 0.342, 14홈런, 44타점을 올리며 거포 본능을 되찾았다.
정의윤은 올 시즌을 앞두고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방망이 잡는 법을 바꿨다. 장타력을 높이고자 오른손을 덮어 타격하던 버릇을 버렸다. 그 결과물로 장타율은 미미하지만, 지난해 0.537에서 0.545로 조금 올랐다. 정의윤은 “아직 완벽히 수정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항상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타격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시즌보다 전체 타율이 떨어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의윤의 올 시즌 타율은 0.273(55타수 15안타)으로 지난해보다 한참 뒤처진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곤 하지만, 팀의 중심타자로선 분명 부족한 수치다. 정의윤은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정의윤의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144경기) 출장이다. 그만큼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정의윤은 “먹을 때 잘 먹고, 쉴 때 잘 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내의 내조도 큰 힘이 된다. 그는 “체력 보충을 위해 아내가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자 신경 쓴다”며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늘 배려해주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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