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1위' kt wiz… "괜찮아, 성장통이야"

▲ 19일까지 15경기에서 실책 20개를 범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kt wiz. kt wiz 제공
▲ 19일까지 15경기에서 실책 20개를 범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kt wiz. kt wiz 제공

# 지난 15일 SK 와이번스와 홈 경기에서 kt wiz 선발 슈가 레이 마리몬은 송구 실책을 범했다. 0대1로 뒤진 2회초 2사 1루에서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던 중 SK 김강민의 리드 폭이 넓어지자 1루로 견제구를 뿌렸다. 공은 한 차례 바운드 된 후 1루수 김상현의 글러브를 한참 벗어났다. 김강민은 2루를 취했고, 이 실책은 SK 최정의 결승 만루홈런의 단초가 됐다.

 

# 1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kt 외야수 하준호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잡지 못했다. kt가 2대1로 앞선 5회초 두산 선두타자 오재일이 때린 타구의 낙하지점을 놓쳐 등 뒤로 흘린 것이다. 이 실책은 재앙의 씨앗이 됐다. 내보내지 않아도 되는 주자를 내보낸 kt는 이후 1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두산 허경민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kt는 2대3으로 졌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모두 수비 실책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실책은 경기를 하다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 실책이 나오면 곤란하다.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타격으로 이기는 경기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한 해 농사는 수비 집중력이 좌우한다”고 했다. 즉, 실책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kt는 두산전을 앞둔 20일 현재 15경기에서 8패(7승)를 당했다. 모두 실책이 나왔다. 실책을 저지르고도 이긴 적이 4번 있었지만, 실책이 없었던 3경기에선 예외 없이 승리를 챙겼다. 다시 말하자면, 실책만 나오지 않는다면 승률 100%다.

 

수비는 경험과 정비례한다. 연습량 위에 경험이 쌓아져야 비로소 꽃을 피운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은 한때 별명이 ‘오지배’였다. 승부처마다 실책을 저지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떼어내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1천개가 넘는 펑고(수비 연습용 타구) 연습을 했다. 하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실책 부문 순위권에 그의 이름은 꼭 있었다. 그랬던 오지환도 경험을 쌓고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138경기에서 실책 15개에 그쳤다. 올해도 오지환이 기록한 실책은 2개뿐이다.

 

조범현 kt 감독은 “우리 팀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했다. 괜한 엄살이 아니다. kt는 이진영, 유한준, 이대형 등을 제외하면 이전 팀에서 자리 잡지 못했던 선수가 대다수다. 주장을 맡고 있는 박경수조차도 LG에서 10년 넘게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실책 20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들 이상할 게 없는 선수 구성인 셈이다.

 

조 감독은 실책을 저지른 선수를 따로 나무라는 법이 없다. 본인이 누구보다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조 감독은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막상 시합에 나가면 다르다. 상황과 분위기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이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kt가 범하는 실책은 성장통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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