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wiz 조범현(56) 감독은 ‘천전노장’이다. 감독 생활을 10년 넘게 하며 1천 경기 이상 치렀다. 조 감독보다 경험이 풍부한 사령탑은 현재 10개 구단 중 김성근 한화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뿐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 감독도 선택의 고통에 시달린다. 이번 시즌 들어선 투수교체 타이밍이 그를 괴롭게 하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20일 수원 두산전 선발로 우완 주권(21)을 내세웠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줄 것을 기대했다. 토종 선발 첫 승에 대한 기대도 내심 했다. 주권은 올 시즌 kt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 가운데 하나다. 지난 시즌 내내 시달렸던 어깨 통증에서 벗어나 쌩쌩한 공을 뿌린다.
경기 초반 주권의 기세가 좋았다. 시속 140㎞ 초반대 직구 볼끝이 살아있었다. 묵직하게 날아오다 살짝 가라앉는 투심 패스트볼은 직구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커브, 슬라이더도 연신 상대 타자의 허를 찔렀다. 주권은 4회까지 두산을 상대로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타선도 주권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유한준, 김상현이 홈런을 터뜨리며 점수 차를 4대1로 벌렸다. 주권의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기대해볼 만 했다.
주권의 기세는 5회 들어 꺾였다. 두산 선두타자 김재호와 12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친 게 컸다. 손 끝을 떠나 미사일처럼 날아들던 직구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작은 곡선을 그렸다. 구위가 떨어진 것이다. 조 감독으로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주권을 내리느냐, 계속 가느냐. 조 감독은 ‘GO’를 택했다. 결과가 나빴다. 주권은 5회 1사 1,2루에서 두산 민병헌에게 동점 쓰리런을 맞았다. 이 홈런으로 경기 흐름은 두산에 넘어갔다. kt는 4대13으로 졌다.
조 감독은 지난 6일 삼성전과 13일 넥센전에서도 같은 선택을 했다. 선발로 나선 정성곤(20)과 주권의 구위가 떨어져도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하고 나서야 불펜을 가동했다. 조 감독은 당시 “투수 교체 타이밍이란 걸 알면서도 젊은 투수였기에 늦췄다”고 했다. 젊은 투수들이 고비처를 스스로 넘기는 맛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정성곤과 주권은 끝내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kt는 내년부터 외국인 투수 2명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신생구단 특혜로 외국인 선수 4명을 운용할 수 있는 것도 올해까지다. 조 감독이 젊은 투수들을 육성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다. 그러나 주권, 정성곤은 물론 정대현(25), 엄상백(20)까지 모두 아직 기대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조 감독으로선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이 팀은 4연패에 빠졌다. 그래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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