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애견훈련사

왈왈~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 예절학교’
옳~지! 칭찬은 문제犬도 개과천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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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견훈련사 1일체험에 나선 홍완식 기자가 쉐틀랜드 쉽독 종인 ‘우리’와 장애물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애견인구는 1천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수많은 애견들이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와 ‘반려견’이란 이름을 달고 생을 함께 보내고 있다.

 

반려견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사회공동체로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견들이 있는 반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심하게 짖거나, 사람을 무는 등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로 인해 문제견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애견이 사람과 함께 평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정한 반려견으로 거듭나게끔 도움을 주는 곳. 바로 애견훈련소다. 애견을 키워본적은 없으나 평소 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기자는 새로운 견공 친구들을 사귀어보기 위해 초보훈련사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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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더 테리어 종인 ‘스카이’와 원반을 이용한 스포츠 독 훈련을 하고 있다.
■ 반려견과 첫만남 두근두근?
지난 19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봉담읍 내리에 위치한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를 찾았다. 훈련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웅종 대표를 기다리며 훈련장에서 뛰어 놀고 있던 반려견들에게 다가갔다. 발소리를 듣고 각기 다른 견종 3마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울타리 너머로 소란스럽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지만 지레 겁을 먹고 다가서지 못했다. 

평소 반려견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기자였다. 하지만 여러 마리의 개가 쉴 틈 없이 짖어대자 반가움의 인사라는 머릿속 생각과 달리 잘못하면 물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평소 묶여있는 개들과 기 싸움을 한답시고 눈싸움만 해봤을 뿐 수년간 반려견과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애견 대통령’, ‘상근이 아빠’로 유명한 이웅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 대표가 출연했던 TV프로그램을 찾아보며 나름 많은 준비(?)를 해온 기자였기에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컸다. 

겁먹은 모습을 혹여나 누구에게 들키지 않았을까 주위를 살필 무렵 이웅종 대표의 인기척이 들렸다. 평소 안면이 있던 이 대표는 “오늘 잘할 수 있겠어요? 쉽지 않을 텐데”라고 웃으며 반겨줬다. 체험에 앞서 이 대표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들의 예절교육을 시키는 곳입니다. 

사람과 개가 사회공동체로서 조화를 이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죠”라고 이삭애견훈련소를 소개했다. 이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견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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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종 대표의 도움을 받아 ‘우리’에게 복종 명령을 내리고 있다.
■ ‘복종훈련’ 어렵지 않아요
견사에 들어서자 마침 미용실에서 정지영 훈련사가 장모 닥스훈트 종인 ‘새싹이’의 목욕 준비에 한창이었다. 검은색 털이 매력적인 새싹이를 자세히 보니 왼쪽 발이 없었다. 외발로 울산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 구조돼 이곳 이삭애견훈련소로 이사를 왔단다.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은 탓인지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했지만 치료와 훈련 끝에 새로운 삶을 되찾았고, 동물 매개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치유견으로 거듭났단다.

정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새싹이의 목욕을 도왔다. 정훈련사는 “개들에게 갑자기 물을 부으면 놀랄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꼬리부터 머리 방향으로 천천히 부어주세요”라며 “귀에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귀는 항상 손으로 보호해 주세요”라고 조언했다. 처음 해보는 애견 목욕이었지만 다행히도 얌전한 새싹이 덕분에 큰 문제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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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목적견인 ‘캔’이 보호장구를 보고 뛰어 들자 겁을 먹고 놀라는 모습.
목욕을 마친 새싹이를 드라이룸으로 옮기고 미용실 바닥청소를 마무리할 때쯤 이 대표의 부름을 받고 훈련장으로 나갔다. 훈련장에는 쉐틀랜드 쉽독 종인 ‘우리’가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기본복종 훈련과 장애물 훈련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개들을 교육할 때는 말로하는 구령과 손짓으로 하는 수화의 두 가지 명령방법이 있습니다. 개들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억양과 톤을 반복학습을 통해 기억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설명을 듣고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편 뒤 ‘ㄴ’자를 그리듯 손을 내리며 ‘앉아’를 명령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앉아’를 외치자 명령을 따랐다. 

기쁜 마음에 ‘옳지’를 연발하며 간식을 주고 이번에는 손바닥을 편 상태에서 개의 머리부분까지 손을 내리며 ‘엎드려’에 도전했다. 물론 수많은 반복 훈련을 통해 교육을 받아온 우리였기에 큰 무리없이 명령을 따랐다.

이 대표는 “복종훈련은 훈련소에서만 배울 수 있는게 아니라 잠깐 시간을 내서 함께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훈련이에요. 처음부터 모든 동작을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반복에 의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야합니다. 특히 명령을 잘 따랐을 때는 ‘옳지’, ‘잘했어’ 등 칭찬과 함께 포상으로 간식을 주면 효과가 더 커지죠”라고 설명했다.

 

각종 영화와 CF에 출연하며 스타견이 된 우리와의 훈련은 너무나도 순탄했다. 간식을 줄때 손이 물릴까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어진 장애물 훈련에서도 베테랑 우리는 초보 훈련사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생각보다 쉽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갈 즘 “덩치에 비해 겁이 너무 많은거 아니에요? 다음은 대형견들과 훈련인데 잘 할 수 있겠어요?”라고 이 대표는 웃음 섞인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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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견 ‘새싹이’의 목욕을 돕고있다.
■ ‘좌충우돌’ 특수목적견 훈련기
다음훈련을 위해 5분가량 차를 타고 대형견들이 있는 분천리 훈련소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리자 소형견 훈련소와 사뭇 다른 굵직하고 힘 있는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훈련소에 들어서자마자 이 대표는 안전복을 손에 쥐어줬다. 

“지금부터 경비견, 군견, 경찰견 등 특수목적견들과 함께 범인체포 훈련을 할거예요. 훈련이 잘된 개들이니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이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먼 세퍼트 도그인 ‘캔’이 박형진 실장과 함께 등장했다. 

험상 굳게 생긴 캔은 안전복을 입고 있는 기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도 빨라졌다.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캔은 흥분한 듯 걸쭉한 침을 흘리며 달려들 태세였다. 이 대표의 안내에 따라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 캔을 자극했다.

박형진 실장이 ‘물어’를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 캔은 뛰어 올라 왼쪽 팔에 찬 보호장구를 덥석 물었다. 순간동공은 팽창하고 입에서는 ‘오 오 오’라는 감탄사만 연신 남발했다. 캔을 떨어트려 놔보라는 이 대표의 주문에 힘껏 힘을 주고 좌우로 팔을 흔들었지만 꼼짝도 안했다. 오히려 캔이 잡아당길 때 마다 몸이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대표는 “특수목적견의 경우 개들이 지닌 본능과 습성, 행동을 이해하고 특성에 맞는 반복 훈련을 통해 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범인체포 훈련이 끝나고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보더 테리어 종인 ‘스카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순서는 원반을 이용한 스포츠 독 훈련이었다. 박형진 실장의 시범을 따라 원반을 들었다. 처음에는 원반의 속도와 높이를 잘 맞추지 못했지만 몇 차례 도전 끝에 스카이와 호흡을 이룰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훈련이 진행되자 이번에는 사람 몸을 밟고 뛰어 오르는 고난도 훈련에 도전했다. 단순히 원반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개와의 교감이 통해야만 진행될 수 있는 훈련이었다. 수십번의 반복 끝에 스카이와의 교감이 통했고, 스카이가 기자의 등을 밟고 뛰어 올라 원반을 캐치하는 순간 하루 임무는 모두 마무리됐다.

 

홍완식기자∙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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