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이란 방문, 남 지사 동행 안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이란을 방문한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함께 간다. 목적은 분명하다. 개방된 이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세일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23조원의 초대형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파다하다. 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8천만명의 무주공산을 향한 국가 차원의 공략이 본격화된 것이다.

공교롭게 경기도 대표단이 어제(25일) 이란으로 떠났다. 행정 2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제협력단이다. 방문단은 이란 테헤란에서 경기도가 지원하는 통상촉진단 수출상담회를 참관한다. 이어 카즈빈주(州)로 들어가 ‘경기도-카즈빈주 간 경제 협력 협의’를 갖고, 카즈빈주 이맘 호메이니 대학교와 도내 대학 간 교육 협력 지원 협의를 벌인다.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인 27일, 28일의 일정이다.

경기도는 이란 시장 개척에 관한 한 선두 주자다. 올 2월 남경필 지사가 직접 이란을 방문했다. 카즈빈주와 경제 우호 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5개 산업 분야에 대한 교류 협력도 약속했다. 이번 경기도 대표단의 이란 방문은 남 지사가 만들어 놓은 기본 골격을 완성하기 위한 실무 방문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경기도 대표단 또는 남경필 지사가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았다.

‘관계 외교’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란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란 경제가 사람 또는 기업 간 관계나 체면을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조언한다. 남 지사의 이란 방문은 ‘한-이란’ 사이에 맺어진 소중한 ‘관계’다. 그때 만들어진 ‘도(道)-주(州) 협력’ ‘한국 대학-이란 대학 교류’ 등은 그 자체로 기업 대표단 방문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훌륭한 ‘관계 외교’다. 시너지 효과를 낼 소재다.

물론 국가 원수 방문에는 따져야 할 격과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남경필 도지사의 동반 외유가 가져올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절박히 따져야 할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만으로 건설 업계는 들썩인다. 성사도 안 된 23조원 때문에 주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만큼 이란 방문에 대한 경제계 기대가 절박하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총력전이다. 격(格)은 내려놔도 좋고, 법도(法道)는 생략해도 좋고, 정치(政治)는 무시해도 좋다. 박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가져 올 수만 있다면 어떤 소재라도 활용해야 한다. 경기도가 이란에서 만들어 놓은 작은 연(緣)이 바로 그런 소재다. 일정상 수행단 재조정은 쉽지 않을 시기다. 그렇더라도 경기도 대표단, 또는 남 지사의 수행단 합류만은 청와대가 검토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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