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트래비스 밴와트가 찾은 긴 이닝 소화법

▲ 트래비스 밴와트 kt wiz제공
▲ 트래비스 밴와트 kt wiz제공

kt wiz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30)가 26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7이닝동안 108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팀이 2대1로 이기면서 2승(2패)째를 챙긴 그는 경기 뒤 “투심 패스트볼의 좌우 코너워크가 잘 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밴와트는 긴 이닝을 못던져 선발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5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지난 3경기에서 6회를 단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구위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한 나머지 지나치게 상하 좌우 구석으로 공을 찌르면서 투구 수가 많아진 게 원인이었다. 그랬던 밴와트가 활로를 찾았다. 해답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통칭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처럼 날아들다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우완 투수 기준으로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지기 때문에 땅볼 유도에 효과적이다.

 

밴와트는 그동안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지 않았다. 투구 패턴이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섞는 식이었다. 하지만 구사 비율이 50%가 넘는 포심 패스볼의 평균 구속이 140㎞로 형성되는 게 문제였다. 콘택트율(Contact %)이 90%를 넘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밴와트의 포심 패스트볼을 건드렸다. 결국 밴와트로서는 상하 좌우 구석으로 공을 넣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많은 투구 수를 낳았다.

 

kt는 6선발 체제를 운용하면서 다른 구단보다 불펜 투수가 1명 이상 부족하다. 그만큼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던져줘야 한다는 의미다. 자연스레 밴와트는 공 하나라도 더 적게 던져 타자를 잡아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고, 그 활로로 투심 패스트볼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투심 패스트볼은 속성으로 익혔다.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 정명원 kt 투수코치가 투심 그립을 전수해 주면서였다. 밴와트는 “경기 전 시험 삼아 던져보고 느낌이 좋아 경기에서도 던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효과는 확실했다. 밴와트는 팀 타율 1위 롯데 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뺏기보다는 땅볼을 유도하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날 밴와트는 총 10개의 땅볼을 이끌어냈다. 이는 올 시즌 개인 최다 땅볼 유도수였다. 밴와트의 투구는 분명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지만 기록이 말해주듯 실용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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