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道 규제 강화, 여전히 더민주의 입장인가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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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할 수 없다. 그런데 하필 11일이다. 이틀 있으면 선거다. 일단 적어놓기로 하자.)

“수도권 규제 완화는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자꾸만 수도권과 지방을 상극의 싸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진표 후보가 말했다. 틀렸다. 규제 논란은 더민주당이 시작했다. 충청도에서 불을 지폈다. “수도권을 옥죄어야 한다”고 했고 “완화된 것도 되돌리겠다”고 했다. 충청을 위해 수도권을 희생 삼겠다는 거였다. 이야말로 ‘All or nothing’이다. 지역을 극단으로 쪼개는 상극적 발상이다.

(동의할 수 있다. 같은 11일이다. 역시 선거 이틀 전이다. 이것도 적어만 놓기로 하자.)

“상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방이전이 가능한 산업은 규제를 유지하고 해외로 빠져나갈 산업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역시 김 후보의 얘기다. 옳은 말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 보낼 것은 보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시설이 내려갔다. 농업도 갔다. 기관도 갔고 정부까지 갔다. 보내면 안 될 걸 보낸 게 문제다. 그런 게 엉뚱한 곳으로 갔다. 중국으로 갔고, 동남아로 갔다. 그의 말대로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거는 끝났다. 수도권 규제 논란도 사라졌다. 갑자기 철 지난 얘기가 됐다.

선거판을 그토록 달궜었는데…. 새누리당은 규제 논란에 목청을 높였다. 경기도 이익을 홀로 지키는 듯 외쳤다. 그러다가 선거에서 졌다. 그러자 입을 닫았다. 더민주당은 그때도 말하지 않았다. 당 대표의 영(令) 앞에 모두가 입을 닫았다. 그러다가 크게 이겼다. 이제는 말할 필요가 없어졌다. 승자의 위력 앞에 누구도 따져 묻지 못한다. 새누리당은 져서 입 닫았고, 더민주당은 이겨서 입 닫았다. 도민의 생존 문제인데 그렇게 묻혔다.

그러던 엊그제, 그 문제가 다시 나왔다. 새누리당이 아니다. 김진표 당선자가 꺼냈다.

‘(경기도의) 2기 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의제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다.’ 발언한 자리가 다소 어색하다. 도지사 공관(굿모닝 하우스)에서다. 남경필 지사와 총선 당선자와의 상견례 자리였다. 상견례라는 게 늘 그렇듯 그저 덕담하고 끝나면 된다. 다른 참석자들은 ‘협치로 가자’며 좋은 말만 했다. 그런데 김 당선자는 덕담 대신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말했다. 경기도정의 향후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아주 특별했던 소감이다.

이쯤 되면 그의 소신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많은 도민이 김 당선자를 주목한다.

사실 그리 반길 논리도 아닌데 그런다. 그가 내놓은 합리적 수단은 첨단산업유치법이다. 대기업 유치를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결국엔 또 하나의 특별법이다. 수도권을 규제하는 ‘특별법’ 위에 ‘또 다른 특별법’을 얹겠다는 것이다. 바꿔 들으면 1차 특별법은 손대지 않겠다는 의미다. ‘확’ 풀어달라는 도민 뜻과 다르다. ‘풀지 않겠다’는 당(黨) 논리에 가깝다. 그도 ‘규제 완화’ 대신 ‘규제 합리화’라는 말을 줄 곳 사용하고 있다.

이런데도 도민들은 그에게 기대를 보낸다. 그라도 나서 방향을 바꿔주길 바라서다.

때론 공약(空約)이 간절할 때도 있다. 작은 희망이 큰 바람에 휩쓸려 갔을 때다. 이번이 그랬다. 수도권 이익이 정권 심판에 묻혀 갔다. 규제 강화를 말한 더민주당이 1등 됐다. 이러다 보니 도민들이 공약(空約)을 기다린다. 규제 강화 약속이 없던 것으로 되기를 바란다. 그저 투표와 함께 사라진 공허한 캐치프레이즈이길 바란다. 이 옹색한-차라리 비굴하기까지 한- 경기도민의 기대 속에 김진표식(式) 수도권 규제 합리화가 있다.

선거 5일 전 칼럼은 ‘道 규제 강화, 정말로 더민주의 공약인가’였다. 선거는 끝났고 세상은 바뀌었다. 하지만, 칼럼의 제목은 바뀌지 않는다. ‘道 규제 강화, 여전히 더민주의 입장인가’.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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