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해운ㆍ조선업… 100대 기업으로 확대하면 더욱 심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계 ‘빅2’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해운업계는 특성상 선박 운용에 따른 부채비율이 높긴 하지만, 이제는 기업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비단 양대 해운사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의 조사 결과,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100대 기업의 절반은 부채비율이 400% 이상인 ‘고위험 기업군’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해운업계 전반의 위기와 극복 방안에 대해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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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중구 한진해운 인천운영사무소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장용준기자 (경기일보DB)

■빅2 의존도 큰 ‘허리’ 없는 국내 해운산업…업계 존립 위태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최근 2년간 해운 100대 기업의 최근 2년간 경영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운 100대사의 매출 규모는 27조3천3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매출 5천억원 이상의 대기업 9개사가 100대 기업 총 매출의 81.3%를 차지했다. 특히 빅2로 분류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 비중은 51%에 달했다.

 

반면 매출 2천억~5천억원 미만의 기업군은 4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87개사는 매출 2천억원 미만 기업들로 머리는 크고, 꼬리는 가는 ‘올챙이형’ 산업 구조를 보였다. 탄탄한 허리가 없는 해운업계는 빅2 기업이 무너질 경우 해운산업 자체가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매출과 별도로 기업들이 가진 부채 비율이다. 선박운용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은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곳이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해운회사 10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01% 수준이다. 이 가운데 13곳은 자본잠식 상태, 18곳은 부채 비율이 1천%를 넘었다. 이를 모두 합해 부채비율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은 절반을 넘는 51곳이나 됐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잠재적 위험 요소가 높고, 300% 이상이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 먹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 400% 이상이면 기업이 존립하기 위태로운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미 해운업계 전반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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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DB

■인력 구조조정은 답 못돼…기반산업 차원 구제 필요

해운업계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높은 매출원가에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5조5천93억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원가가 5조6천147억원에 달했다. 특히 화물비와 용선료(선박 임대료) 등으로만 3조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반면 매출 원가에서 차지하는 종업원 급여는 2.1%에 불과해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고 경영 실적이 호전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이미 백기를 든 한진해운과 달리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용선료도 향후 20% 이상 인하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기준 10% 인하돼도 영업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선주 입장에서 중요한 수익원인 용선료를 20~30% 수준으로 인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가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대안은 경기회복을 통한 물동량 증가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는 것이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국내 해운업계 빅2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처리될 경우 파산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해운업체의 도미노 붕괴를 막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 다른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외부 수혈이 시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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