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표는 뚜렷했다. “시장과 인터뷰하고 싶다.” 오찬 시간 내내 필자에게 말했다. “긴 시간 인터뷰는 어려울 듯하다”고 하자 “짧아도 괜찮다. 서너 가지만 물어보면 충분하다”고 했다. 사실 그 자리는 개별적 인터뷰가 어려웠다. 80명의 외국 기자들이 함께하는 오찬이었다. 누구도 단독 인터뷰를 시도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만이 인터뷰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결국, 필자가 시 관계자에 뜻을 전했다. 그날, 염태영 수원시장을 인터뷰한 유일한 기자다. ▶그녀의 집념은 인터뷰에 국한되지 않았다. 염 시장이 설명하는 수원의 모든 것을 깨알처럼 받아적었다. 수원과 화성(華城)의 역사에 대한 질문도 쉬지 않았다.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쓸 때 화성에 대해 취재도 했었지만 아쉽게 넣지 못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한류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었다. “이란에서 본 한국 드라마가 있느냐”는 시장 질문엔 ‘대장금’에서 ‘장영실’까지 줄줄이 뀄다. 그날-4월 19일- 오찬에 참석한 80명의 외국 기자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푸네 네다이(43)다. 이란 테헤란 출신으로 영문학 석사다. 시집을 출간해 세계 각국어로 번역한 시인이기도 하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는 잡지사를 만들어 언론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서 ‘혁명 이후 이란의 진보적 여성 작가의 운동’이란 제목으로 강연도 했다. 현재는 ‘쇼크란(Shokran)’이라는 문학잡지와 암루드(Amroud)라는 출판사를 경영한다. 그에겐 이란의 대표적인 신여성 또는 여성운동가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지한파다. 이번으로 벌써 11번째 한국 방문이다. 한국과 관련된 책 11권을 이란어로 번역 출간했다. ‘불사조의 나라 한국기행(Korea Travel Diary: The Land of Phoenix)’은 그녀가 직접 쓴 책이다. 2013년에는 서울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에 ‘나 홀로 부스’를 만들어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에 관한 한 그만한 이란인이 없다. 지금도 그녀의 명함 맨 위에는 ‘Goodwill Ambassador of Korea in Iran’(한국 홍보 대사)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그날 네다이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히잡은 아랍 여성을 상징한다. 때론 여성 탄압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네다이의 히잡은 달랐다. 각국 기자 80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었고 가장 돋보였다. 우리가 이렇게 이란을 모른다. 히잡에 대해서도 너무 무지하다. 히잡-루싸리-을 두고 논쟁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히잡은 종교 예복이 아니라 외교 예복이다. 굳이 값으로 매기자면 42조원 짜리 예복이다. 그날도 히잡 쓴 네다이는 가장 확실한 수원화성의 고객이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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