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교실’ 이전 합의… 기억할게 꼭

7개 기관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 협약’ 2018년 9월 준공 계획
유품·추모물건 우선 시교육청 별관 보관… 나중에 고스란히 옮겨

단원고등학교의 ‘기억교실(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이전 문제가 마침내 사회적합의에 다다랐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등 7개 관계기관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4ㆍ16 안전교육시설 건립에 상호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고 기억교실을 이전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9일 오후 2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7개 기관·단체 대표는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억교실의 한시적 이전에 합의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주재로 9차에 걸쳐 협의를 진행,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이 자리에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윤화섭 도의회 의장, 제종길 안산시장, 노선덕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안산시 단원구 426의10번지 일원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3천835㎡ 규모의 4ㆍ16 안전교육시설이 건립된다. 약 90억 원의 소요예산은 도교육청과 도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고 부지는 안산시가 제공하기로 했다. 부지매입 등 사전 행정절차가 3개월, 설계와 공사가 1년10개월 정도 걸려 오는 2018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안전교육시설에는 단원고에 남아있는 학생들의 유품과 추모물건 등이 옮겨질 11개 추모공간과 관리시설 5실, 연수시설 9실, 편의시설 2실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이곳에서 4ㆍ16 교훈과 가치를 공유하고 선진 안전교육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에 맞게 학생안전교육 및 추모와 성찰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단원고 교내에는 추모조형물 등 기억공간을 조성하고 매년 4·16 추모행사를 실시하는 한편 학교운영 참여협의체를 자체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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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존치교실 이전 동의와 협력사항이 포함된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이 9일 오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렸다. 남경필 경기지사, 윤화섭 도의회의장, 이재정 도교육감, 전명선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장, 제종길 안산시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이에 따라 단원고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겼다가 안전교육시설이 완공되면 이전하기로 일단락됐다. 다만 시기 및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명선 위원장은 “유족들이 ‘통 크게 양보’한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거듭나길 위한 마음으로 협약서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협약식 이후의 세월호 참사는 단지 사고로만 기억될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약식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유족들은 ‘흔적이 사라지면 기억에서 멀어집니다’는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교실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단원고에서도 희생된 학생들의 학적을 둘러싼 소동이 일었다. 특히 협약식이 마무리되는 무렵 기념촬영 도중 정 교장이 갑자기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월 부임한 정 교장은 기억교실 이전 문제로 과로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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