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조성호 현장검증, 시신 유기상황 재연

취재진에 “계획적 범행 아니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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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10일 범인 조성호(30)가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불도방조제에서 범행과정을 재연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사람을 토막 내? 뻔뻔하다 뻔뻔해!”

 

봄비가 땅을 적시던 10일 오전 11시30분께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불도방조제 인근. 토막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조성호(30)가 경찰의 호송차량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조성호를 향해 “사람의 탈을 쓰고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느냐”며 고함을 치며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비가 거세게 내리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더해 갔다. 궂은 날씨에도 주민 30여명은 분노의 찬 눈빛으로 무덤덤히 현장검증에 나선 조성호를 지켜봤다. 회색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을 한 조성호는 고개를 숙인 채 경찰 손에 이끌려 유기장소인 배수구 옆 작은 공터로 향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차량에서 피해자의 하반신이 담긴 마대자루를 꺼내 든 조성호는 약 10분에 걸쳐 시신 유기 상황을 차분히 재연했다. 경찰의 질문에는 힘없이 “네”라고 말하던 조성호는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30분이 흐른 낮 12시께 불도방조제에서 13㎞ 떨어진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조성호는 약 5분간 피해자 상반신 유기를 재연했다. 안산시 상록구에 거주하는 B씨는 “평소 대부도에 자주 오는데, 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성호는 앞서 오전 9시40분께 인천의 한 빌라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에서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을 차분히 재연했다.

 

조성호는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에게 “(범행이) 계획적인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는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좀 더 면밀한 수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을 기점으로 안산 혹은 대부도 토막살인이라 불리던 이번 사건 명칭을 ‘조성호 사건’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안산주민 대다수가 인천에서 살인한 뒤 안산에 시신을 유기한 사건인데, 안산과 대부도가 언론매체에 부각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산주민들이 그동안 안산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각종 강력 및 엽기적인 사건으로 인해 지긋지긋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산주민 A씨는 “안산의 이미지가 외국인과 강력사건 등으로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잘못된 지명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언론에 거론되는 사건의 지명부터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재원·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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