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장비 없이 고기 굽고 기름 뿌리고… 나혜석거리 ‘불과의 동거’

작년 보행로 위 야외테라스 허용
가스배관·줄 등 마구잡이 설치
화재발생 우려… 대책마련 시급

수원시의 대표적인 문화거리 나혜석거리가 가스배관과 가스줄 등이 엉킨 채 각종 화기가 난무하는 안전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수원시가 상인회의 요구에 따라 테라스영업 합법화를 위한 조례까지 제정(본보 2015년 7월9일자 6면)하면서 나타난 일이다. 앞서 수원시 팔달구청은 수원역 주변 불법 노점상의 이전을 추진하면서 기존 상인회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테라스영업 합법화를 추진한 바 있다.

 

9일 밤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 일대. 지역 대표 번화가답게 수백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이던 이곳은 길이 200m에 가까운 보행로까지 길을 지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곳 보행로 양편 식당 수십곳에서 설치한 야외 테라스들이 보행로 일부를 점용한 채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특히 이곳 테라스 위에 테이블 100여개가 빼곡히 깔려있었다.

 

문제는 야외에 소방장비 없이 각종 화기장치가 마구잡이로 설치돼 있다는 것. 주된 요리가 곱창, 소고기, 닭갈비 등인 탓에 화기 장치가 필요한 일부 식당은 보행로 한복판에 가스 배관을 설치했다. 또 다른 곳에는 보행로 여기저기에 손쉽게 절단할 수 있는 가스줄들을 흐트려 놓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식당은 고기를 굽고자 기름까지 뿌려가며 화려한 불 쇼(?)까지 선보였다.

 

모두 보행로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화재사고를 예방하고자 식당 내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등 소방장비는 야외 테라스에서의 발생하는 화재사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다.

 

이 같은 야외 테라스 영업은 지난해 팔달구청이 조례 제정까지 추진하며 양성화한 것이다. 팔달구청이 나혜석 거리에 노점상을 이전하려 하자 기존 상인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보행로 위에서 장사할 수 있게끔 해준 것.

 

더 큰 문제는 야외의 무분별하게 설치된 화기 장치를 두고 관리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이 아닌 야외 테라스에서 불을 사용해도 안전 관리를 위한 관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관리 대상이 아니더라도 일대가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관리 대상이 아닌 곳이라도,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큰 곳은 관할 소방서장이 지자체와 특별 관리하게끔 돼있다”며 “관련 기관들이 일제 소방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팔달구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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