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잘 계시나 순찰하다 집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12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남구 용현동 한 빌라. 현관문 앞에는 화분과 나무판자, 플라스틱, 천 쪼가리, 대형 박스와 고장 난 선풍기 등 수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집 안은 썩는 듯한 심한 악취와 함께 각종 음식물 포장지와 페트병·종이박스, 정체불명의 비닐봉지 등 쓰레기 더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집 밖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쌓인 쓰레기 탓에 33㎡ 남짓한 집 안 구조는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쓰레기를 들춰낼 때마다 개미와 바퀴벌레가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인천 남부경찰서 직원 10여 명은 이날 A씨(61)의 집 앞에 놓인 쓰레기를 모두 정리했다. 그 양만 해도 1t 트럭을 한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집 안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남아 있지만, A씨가 완강히 거부해 수거하지 못했다. A씨는 “수년 동안 모은 것으로 나중에 모두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의 또 다른 빌라. 왼쪽 다리 등에 장애가 있는 B씨(75)가 홀로 거주하는 집. 집 안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수선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다. 경찰은 이날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B씨를 위해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고장 난 문고리를 무상으로 수리한 것은 물론, 곰팡이로 뒤덮였던 화장실과 침실 청소까지 말끔히 마쳤다.
앞서 경찰은 구도심 남구에서 홀몸 노인의 독거사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지자체의 협조로 노인들의 주소를 파악, 순찰을 하는 과정에서 A씨 등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지자체, 사회복지기관 등과 협의해 A씨의 집 안에 남은 쓰레기를 수거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내 홀몸 노인을 위해 다양한 도움을 드리는 것은 물론,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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