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 창구에서 펀드ㆍ주가연계증권(ELS) 등 특정 투자상품을 고객에게 먼저 제안하는 영업행위를 금지하자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위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잘못된 금융상품 판매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조치지만, 영업실적에 시달리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손발이 묶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은행 창구에서 고객의 투자 성향보다 위험 등급이 높은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자본시장 불합리 관행 개선 및 신뢰 제고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은행원은 고객에게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 목록만을 수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지 않는다면 상품 목록조차 제시할 수 없다. 고객이 목록에서 펀드나 ELS 등 특정 상품을 선택하고 나서 그에 대해 물었을 때에만 해당 상품의 수익률과 투자 대상 등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효과적인 정책 실현을 위해 고객의 투자 성향보다 높은 위험 상품을 먼저 제안해 판매하는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영업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적인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사상 최저 금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ㆍ적금의 선호도가 높은 국내 자금 투자 환경에 비춰 봤을 때 고객이 자발적으로 ELS, 펀드 등 고위험 투자 상품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연 1.5% 기준금리에도 지난해 예금자보호대상인 원금보장형 예ㆍ적금의 액수는 1천770조9천억원으로 지난 2014년 1천587조2천억원에 비해 183조7천억원(11.6%) 증가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창구 직원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고객을 응대하기 때문에 창구에서 ELS 등 투자 상품을 팔지 못하면 할당받은 영업실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치 은행에서 고객을 속여 위험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처럼 정책을 설명해 은행 직원으로서는 억울한 입장”이라며 “창구에서 투자상품 판매 추천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실적에 쫓겨 선량한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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