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표 베이커리, 용인 수지구 ‘바닐라’

유기농 빵·수제 젤라토 인기… 정직한 마음으로 ‘바른 먹거리’ 지향

▲ 바닐라 김재우 대표와 직원들
“아빠가 빵 만들어줄까?”

 

공중파선 백종원·이연복 쉐프를 비롯 남자요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현실은 글쎄? 여전히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다.

 

지난해 초 용인 수지구(성복동)에 새롭게 오픈한 ‘바닐라’(VANILLA·대표 김재우)에 가면 온 종일 웨이프런을 허리춤에 차고 고소한 빵과 맛있는 수제 젤라토(gelato)를 만드는 아빠를 만날 수 있다. 김재우 대표는 부인 그리고 3명의 직원까지 총 5명과 함께 66여㎡의 공간서 매일매일 건강하고 맛있는 꿈을 꾼다.

 

“중학생(2년) 딸이 환절기만 되면 퉁퉁 부은 얼굴로 조퇴하곤 했어요. 곁에서 지켜보며 왜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이렇게 고통을 받나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됐죠. 결국 주위선 말렸지만 직장을 접고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매일 오전 5시 발효를 기다리는 빵을 지켜보며 벅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사업은 성공 여부를 떠나 김 대표와 가족에게 소중한 것을 일깨워줬다. 바로 ‘믿음’과 ‘약속’이다.

 

바닐라에 들어가면 아담하고 정갈한 실내에 눈에 띄는 문구가 걸려 있다. ‘▲천연 발효종 ▲유기농 밀가루 ▲우유 버터(Yes), ▲마가린 ▲화학 계량제 ▲유화제(No)’.

 

▲ 르방을 활용한 바닐라 대표 빵 모음
6가지 단어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4시간에 걸친 발효타임을 기다리고, 계란 한판 노른자를 흰자와 일일이 분리해 체에 걸러 중탕으로 30~40분을 작업해야한다. 모두 바른 먹거리로 정직한 제품을 팔겠다는 ‘약속’이다. 여기에 고객은 ‘믿음’을 보여줬다.

 

“한 고객이 빵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찾아오셨어요. 클레임을 걸줄 알았는데 되레 요즘처럼 방부제 가득한 음식이 넘쳐나는데 천연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피어난 곰팡이가 반갑다. 빵을 더 사려고 왔다고 하는데 정직에 대한 보상이 바로 믿음이란 걸 느꼈습니다”

 

현재 바닐라의 대표 주자는 ▲우유버터와 르방(levain·천연 효모종)을 활용해 충분한 유기산이 깊은 맛을 내는 ‘브리오슈’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빈을 넣어 자연의 진한 향이 풍부하고 화학 유화제가 아닌 계란 노른자를 넣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호두, 귀리, 호밀, 아마씨, 해바라기씨, 찰보리가루 등 곡물을 아낌없이 넣은 ‘곡물식빵’ 등이다. 개업 초 바게트와 스콘 단 2가지만 진열대에 올랐는데 현재 40종에 이른다.

 

▲ 바닐라 실내전경
바닐라 매장을 찾은 40대 주부 A씨는 “집 근처에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만 3곳이 넘어요. 하지만 바닐라로 발걸음이 향하는 데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라는 큰 장점 때문이에요. 옥시 사태 등으로 화학제품의 해로움으로 연일 불안한 마음인데 마치 흰 쌀밥을 꼭꼭 씹을 때 처럼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고 건강해지는 느낌이죠. 이러니 입소문이 날 수밖에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네빵집의 신의 한 수는 결국 ‘정직함’과 ‘바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 분들이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가게에 들를 때면 믿음에 대한 의무감으로 더욱 좋은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김 대표의 직장은 직원들의 행복 또한 중요한 재료다.

“우리나라 제빵사의 경우 직장 내 처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아직도 하루 14시간 근무에 초봉 110~130만원, 월 4회 휴무등 생각보다 열악한 근무 여건입니다.

바닐라는 하루 10시간 근무에 격주 5일제를 하고 있는데 향후 저희 매장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들이 일반 회사원들처럼 휴무와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바닐라의 매장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11시다. 하지만 맛있는 빵은 오전 10시가 넘어야 진열대에 오르므로 서두르지 말고 슬로푸드의 진짜 맛을 느껴보자.

▲ 바닐라 약속

권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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