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는 ‘불법 방 쪼개기’가 피해를 키웠다. 이 아파트는 주차 공간 자체도 비좁았지만 준공 당시 주거공간(88가구)보다 많은 가구 수(95가구) 때문에 주차난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비주거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오피스텔 5채가 원룸 12채로 변경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건물 인근에 불법주차를 하면서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소방차 접근이 어려워 화재 진압이 늦어졌고 인명피해가 커졌다.
최근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전세난과 1인 가구 증가에다 대학가 주변에 원룸 수요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방 쪼개기는 임대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별 방에 경계벽, 출입문 등을 설치하거나 옥상에 증축하는 방법으로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방이 많을수록 임대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어 너도 나도 불법으로 방을 쪼갠다. 주차장 확보 등 관련 법의 규제로 최소한의 가구수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준공 이후 원룸을 둘이나 셋으로 나눠 가구수를 늘리는 것이다.
방 쪼개기를 위해서는 환기시설, 소방시설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주차난도 심각해진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소방차나 구급차 등 응급차량 운행 차질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건물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화시설은 거의 갖추지 않았다.
안전상 문제가 많은데도 방 쪼개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많다. 우선 약한 처벌이 문제다. 불법 건축물에 대해 행정기관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더라도 불법 임대 소득 대비 금액이 많지않아 이행강제금만 내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한 몫을 한다. 심지어 방 쪼개기를 수익률을 높이는 재테크 방안으로 소개되는 사례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이를 묵인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본보에 소개된 향남신도시(5월19일자 1면) 외에도 평택 청북ㆍ소사벌, 용인 흥덕, 고양 삼송 지구 등 그동안 언론에 드러난 불법 방 쪼개기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적발해도 고발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 단순처벌에 그쳐 건축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불법 방 쪼개기는 도시의 계획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환기·소방시설, 주차시설 등의 부족으로 거주민의 불편과 안전을 위협하므로 근절시켜야 한다. 임대수익을 훨씬 초과하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 처벌 행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법 건축을 한 시공업체도 처벌해야 한다. 시공 단계에서부터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을 원천 차단하거나, 허가나 감리단계에서 불법사항을 사전에 적발할 수 있는 근절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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