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시대의 아침을 깨우는 대화의 장… 30년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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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거슬러 1986년, 인천 최초의 프로야구팀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간판을 내리고 청보 핀토스라는 새 이름을 내걸었던 해이자. 

인천시청이 남동구 구월동으로 신청사를 지어 이전한 해이다. 권위주의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분단 40년만에 남북한 고향방문단이 다녀가며 공존을 이야기하던 시절이다.

세상은 시끄럽고 사람들은 흩어져 있던 그 때 인천항을 바라보는 곳에 있는 정식빌딩 지하의 식당 원미정에 22명이 모여 조찬강연을 열고 새얼아침대화를 시작했다. 

인천의 내일을 바꾸는 작은 파문이 되겠다는 이들은 30년을 묵묵히 걸으며 이제 인천과 함께 가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의 맨 앞에는 항상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있다.

Q 새얼아침대화가 꼬박 30년을 채웠다. 360회 조찬강연, 말로만 들어도 대단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A 새얼아침대화는 1986년 4월8일, ‘시대의 아침을 여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은 한번 시작한 것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새얼문화재단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새얼아침대화다.

 

Q 새얼아침대화는 인천지역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재조명하고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초빙돼 강연을 진행하고 인천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다녀갔다.

A 새얼아침대화 제1회 강사가 박광성 인하대학교 사학과 교수였다. 

그 뒤로 이현재, 강영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 각 부처 장관, 정·재계 인사, 시인 고은, 문화평론가 백낙청씨, 소설가 황석영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한국 대표 보수논객인 언론인 류근일·김대중씨나 진보논객 리영희 교수, 김지하 교수 등 재야, 학술,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을 열었다. 

특히 새얼아침대화는 시작부터 ‘보수와 진보’라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데올로기의 가교 역할을 하는 강사들을 두루 섭외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석학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지금까지 새얼아침대화에는 총 5만8천2백여 명의 기관장, 사회단체장을 비롯한 원로 등 각계각층의 지역 인사들이 참가했다.

 

Q 30주년 기념 360회 강사로는 전 국무총리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나섰다. 그동안에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강사진들이 많다. 섭외를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하다.

A 강연 3~4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시기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설명해주거나 새로운 논점을 제시할 수 있는 강사들을 가장 우선순위로 섭외한다. 강사를 선택하기 전에 그 사람이 쓴 글이나 논문을 거의 살펴본다.

 

360회 강연에서는 정 이사장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얘기했다. 지금 여러 대기업이 흔들리면서 국내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중소기업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가 튼튼한 이유는 중소기업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다음 강연에는 중소기업 분야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초청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고자 한다. 

7월 강사는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강연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에게 좋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 그런 것이 없다. 둘다 미국을 위한 대통령이지 한국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새로운 시각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강의를 준비해야 할 지 강사섭외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새얼아침대화가 오랜 시간 역사를 쌓아오다보니 어느 누구도 거절하는 일 없이 열일 제치고 와줘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Q 최근에는 새얼아침대화나 여러 자리에서 인천의 정신이 바로 ‘해불양수(海不讓水)’라고 강조하는 것을 들었다. 360회 강연에 인천 출신 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초청한 것도 같은 의미로 보인다.

A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 이정미 당선인(비례), 박정 당선인(경기파주을), 채이배 당선자(비례), 홍철호 의원(경기김포을) 등 인천 출신 당선인과 박완수 당선인(경남창원의창), 오제세 의원(충북청주서원), 정태옥 당선인(대구북갑) 등 인천을 거쳐간 공무원 등 인천 출신이나 인천 연고가 있는 타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초청해 ‘해불양수’라고 쓴 기념접시를 선물했다. 해불양수는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이다. 인천은 해불양수와 같은 도시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일궈낸 곳이다. 인천 출신으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인천지역 초·중·고교를 나온 사람, 인천을 거쳐간 공무원들 모두 인천사람으로 여기고 함께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인천을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인천의 국회의원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것과 같다. 그런 계산 속으로 만난 것은 아니자만 그게 바로 해불양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Q 해불양수가 인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는 말이 공감된다.

A 그런 정신으로 새얼아침대화를 시작했다. 30년 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인천에 정체성이 있느냐, 인천에 원로가 있느냐’, ‘인천은 문화가 척박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퍽 화가 났다. 아프리카 토굴 속에 사는 사람들도 문명이 뒤쳐져서 전기나 자동차가 없을 지는 몰라도 문화가 왜 없나. 

그들의 노래, 그들의 춤. 그들의 그림이 하나하나 다 문화다. 미술의 대가인 피카소도 아프리카 문화에 얼마나 심취했었나. 인천의 문화가 척박하다 하는 것은 인천사람이 척박하다는 뜻이다. 인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인천의 문화가 무엇인지 그런 것을 정리할 수 있는 시민들의 광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새얼아침대화를 만들었다.

 

작게 보면 인천이란 도시가 개화기 이래 형성되어온 과정이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고 모두 포용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남북으로 분단된,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대한민국의 통일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중심이기도 하다. 정치 이념과 출신, 고향은 서로 달라도 우리는 모두 ‘인천 사람’이고 ‘시대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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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처럼 남북 통일에 인천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

A 인천은 분단 이후 70년을 서북쪽이 막힌 도시로 살았다. 통일이 내일 당장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도 약한 상황이다. 만약 남북대화만이라도 다시 시작된다면 인천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인천은 한반도의 중심이다. 

북한과 맞닿아 있고 가까운 곳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개성공단이나 해주공단을 연결할 수 있는 곳도 인천이다. 앞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인천은 젊은이들에게 꿈의 도시이자 희망의 도시이고, 평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6·25 전란이 일어나 어려울 때나 세상이 어지러울 때 남북평화 통일을 외치다 돌아가신 분이 죽산 조봉암 선생이다. 죽산 선생은 인천 사람이다. 비록 돌아가실 때는 간첩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으나 정치적인 사형이었다. 몇년 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죽산 선생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젊은이들 가슴가슴마다 채워놓았다. 이 땅(인천)에 그 열기가 꽉 차있다.

 

그래서 인천은 남북통일은 아니라 하더다도 남북대화만 이뤄진다면 가능성의 땅이 될 것이다. 평양도 갈 수 있고 압록강도 갈 수 있는 한반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가 많아 (통일을) 못 보고 갈 수 있지만 인천시민들은 볼 것이다.

Q 인천의 소리를 내는데 새얼이 구심점이 되고 있다.

A 예전에는 인천을 서울의 관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이라고 하거나 아시아의 관문이라고 하면 얘기가 되지만 서울의 관문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천을 그저 서울의 위성도시 정도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인천의 대표 행정직들이 했다. 그래서 시민들의 광장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조용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새얼아침대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요즘 기분이 좋은 것은 지역에서 ‘새얼아침대화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하는 식의 말들이 돈다고 하니까 참 고맙다.

 

대담=김창수 인천본사 편집국장

정리=김미경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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