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분쟁 부르는 ‘여름철 악취’

고기집 연기·하수구 냄새·쓰레기… 생활악취 관련 민원 해마다 급증
지자체 개입 근거 없어 대책 시급

수원시 영통구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주민 K씨(44)는 불볕더위 속에 창문 열기가 두렵다. 최근 K씨 집 바로 맞은편에 숯불 돼지갈빗집이 생겨 고기 굽는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다.

 

해당 고깃집은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손님들이 밤낮 할 것 없이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K씨의 집안 구석구석은 고기와 연기로 인한 매캐한 냄새 등이 진동하게 됐다.

 

참다못한 K씨가 고깃집 사장이나 관할 구청 등에 항의 및 민원 등을 제기했으나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황당(?)한 답변만 받았다. 

K씨의 거센 항의에 공무원들은 “연기와 같은 ‘생활악취’는 피해로 인한 개입 근거가 없다”며 “이는 명백한 법의 사각지대”라고 난감해 하며 설명했다. K씨는 “악취로 인해 생활하는데 분명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도 법이 이를 관리 못 해 주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본격 여름철을 맞아 ‘악취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수구 냄새, 고기 타는 냄새 등 옆집에서 타고 오는 각종 생활 악취가 주민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인 탓에 분쟁해결 근거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생활악취를 포함 각종 냄새로 인한 피해 민원접수는 ▲2012년 2천823건 ▲2013년 2천964건 ▲2014년 3천177건 ▲지난해 4천4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그동안 법은 이같은 악취를 두고 공장매연 등에만 집중할 뿐, 생활 영역은 별도 관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활악취로 인한 주민피해가 계속해 나타나자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생활악취’ 관련 관리법안을 만들었다. 경기도도 지난 3월 22일 관련 조례까지 신설했다.

 

그러나 해당 법과 조례는 생활 악취에 대해 주민의 피해를 두고 어떻게 처리할지, 분쟁해결 방법 등 구체적 언급은 전혀 없는 탓에 일상에서 주민간 크고작은 분쟁에 개입 못 하는, ‘허수아비 법안’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영 경기연구원 박사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생활악취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큰 만큼 구체적인 개입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들은 “생활악취 관련 법이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진 탓에 일선에서 애를 먹는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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