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층 데이트코스 인기 밀실 감금… 문제 풀어야 열려
복도 비좁고 소방시설조차 없어 안에선 못열어 화재 속수무책
신종업소라 소방점검도 안받아
‘방탈출카페’란 이용자가 문 잠긴 밀실에 1~2시간 동안 갇힌 채로 방안에 놓인 몇 개의 수수께끼를 풀고 탈출하는, 체험형 퀴즈공간을 말한다.
23일 현재 경기도내 방탈출카페는 수원 8곳 등을 포함, 30여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탈출카페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데이트코스로 각광받으며 큰 인기를 끄는 탓에 급증하는 추세다.
방탈출카페는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인당 2만원 정도를 내면 방 안에 갇혀 문제를 풀어야 하며 이를 다 풀기 전까지 밖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문제란 고유의 콘셉트를 가진 방 안에서 목재로 만든 상자나 벽에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 밀실 안 또 다른 밀실 등을 가지고 추리해 어딘가에 숨겨진 최종 탈출열쇠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방탈출카페가 소방시설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아 화재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방안에 놓인 각종 수수께끼 도구들은 불에 잘 타는 물질들인 탓에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E 업체의 경우 6개 방 중 단 1개의 방에도 스프링클러 및 소화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밖에서 문을 잠갔을 경우 안에서 문을 못 여는 구조였다. 심지어 방안의 단서로 쓰이는 책상, 의자나 벽에 그려진 그림 등은 불에 타기 쉬운 재질이었다.
고유 콘셉트를 가진 방들은 인테리어 통일성을 위해 ‘화재시 발생요령’ 등을 적은 경고문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수원에 있는 8개 카페 중 E 업체와 마찬가지로 화재에 취약한 곳은 무려 6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시 동안구의 C업체도 경기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방에 스프링클러 및 소화기가 전혀 비치되지 않는 등 화재에 취약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비상통로로 쓰이는 내부 복도는 성인남성 두명이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큼 비좁은데다 조명설치가 제대로 안 돼 매우 캄캄했다. 비상구표시등은 어디에 설치됐는지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방탈출카페가 신종업소인 탓에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소방당국의 점검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치나 운영상에 화재안전과 관련된 기준이 전혀 없어 개점을 준비하는 업주가 제멋대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자 뒤늦게 정부는 지난 18일 방탈출카페를 관리할 소관부처를 정한다고 발표했으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불이 나기 쉬운 방탈출카페를 두고 지자체나 소방당국이 일제 점검에 나서야한다고 조언했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방탈출카페처럼 밀폐된 공간의 화재는 순식간에 이용자들을 질식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며 “내일 당장이라도 불이나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일제 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승윤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