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감학원 인권유린, 진상규명 철저히 해야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1945년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소년 수용소다. 8∼18세 아동·청소년 수백명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과 폭행, 고문 등의 인권유린을 했다. 가혹행위와 굶주림, 탈출 등으로 죽어간 아이들을 셀 수도 없다. 고립된 섬에서 자행된 일제의 인권유린은 선감학원 교관을 지냈던 아버지를 따라 선감도에서 생활했던 일본인 이하라 히로미쓰에 의해 2000년에 드러났다.

선감도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방 뒤인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시설이 폐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권을 유린했던 사실이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여전히 강제노역을 시켰고 두들겨 팼고, 원생들은 학대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국가가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을 부랑아로 낙인 찍어 인권을 유린했다. 일제강점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대사의 비극이 이곳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33년 동안 이 섬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죽어갔는지 그 전모를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최근 선감학원의 생존자와 목격자, 가담자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른다. 일제강점기 때든 해방 이후든 선감학원의 실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드러난 관련 기록과 사료도 제한적이다. 관련 자료를 고의로 훼손했는지 아니면 분실했는지 불명확하다. 반드시 책임있는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선감학원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지난 20일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피해지원 및 위령사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조례에 근거해 선감학원 사건의 피해지원 관련 사업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28일 선감학원 묘역 등에서 어린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제도 실시한다.

늦게나마 도와 도의회가 선감학원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사업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 지원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국가의 과오에 대해 진상규명은 허술하게 하고 금전적 보상 등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역사의 진실은 묻힐 수 밖에 없다. 정확한 진상을 규명한 뒤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사과 및 위로, 피해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 진실규명이란 역사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