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운동장’ 떠미는 경기교육청·눈감은 학교·뒹구는 학생

‘납 운동장’에 방치된 아이들… 무책임한 어른들
우레탄 트랙 납 검출 도내 학교들 도교육청 ‘사용금지 공문’ 보냈지만
발암물질 위험 속 체육활동 계속 안이한 교육행정… 학생들만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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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기준치보다 60배에 가까운 납성분이 검출된 용인시 A중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교사의 별다른 통제없이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른채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조철오기자
경기도내 148곳 학교의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 기준치를 훨씬 넘는 납성분이 과다 검출(본보 30일자 7면)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간 엇박자 행정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문제의 학교에 대해 사실상 수수방관하다가 관리책임을 학교에 떠넘긴 반면, 일선학교는 운동장 통제를 방치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 학생들은 납성분에 노출된지도 모른 채 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이용, 애꿎은 학생만 피해를 입고 있다.

 

30일 오후 2시께 용인시 A중학교의 운동장은 체육 활동을 하고자 학생 수십명이 모여들었다. 축구화를 신은 아이들은 우레탄 트랙 위에서 공을 주고받는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몸 풀기 위해 트랙 위를 경주하듯 달렸다. 

또 몇몇 학생은 맨발로 우레탄 트랙 위를 걸어다니기도 했고, 학생 대다수는 축구공을 뺏고 빼앗는 과정에서 바닥 위에 나뒹구러지기까지 했다. 일부 여학생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 우레탄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남학생들의 공차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제는 이 학교 우레탄 트랙에 함유된 납(Pb) 성분이 경기도내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 보다 무려 60배에 가까운 5천384㎎/㎏이다.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납은 성장기 청소년이나 어린아이들에게 노출됐을 시 학습장애, 행동장애, 학업성취도 저하 등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는 운동장 사용을 제지하는 선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이 납에 장기간 노출되면 납 중독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납 중독은 A 중학교처럼 학생들이 트랙 위를 마음껏 뛰어노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과 교수는 “혈중 납 농도가 짙은 아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할 때 여러 기능이 떨어진다”며 “특히 아이들은 유독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혈액 뇌 장벽이 아직 발달 돼 있지 않아 어른에 비해 납 노출에 무척 치명적이다”라고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도 최근 공문을 통해 문제 학교에 ‘운동장 사용 금지’라는 조치까지 내렸지만, 일선 학교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우선 A 중학교는 ‘위험 안전제일’이라 적힌 노끈만 쳐져 있을 뿐 통제는 사실상 없었고, 수원의 B 고교는 노끈마저 보이지 않았다. 

B고교에 재학중인 M군(18)은 “학교에서 우레탄 트랙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전혀 설명한 적이 없다”며 “또한 학생들이 우레탄 트랙에 앉거나 눕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선생님은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도교육청이 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납 관련 문제를 올해 초 인지했으나 아직까지도 88곳에 대해서는 유해성 검사조차 시행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교육청은 문제가 되는 학교에 ‘학교가 학부모와 상의해 알아서 트랙 사용을 관리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 상태다. 이처럼 도교육청이 관리 위임을 떠넘긴 학교는 도내 148개(90~1천㎎/㎏은 51개, 1천1~2천㎎/㎏은 58개, 2천1~3천㎎/㎏은 27개, 3천1㎎/㎏이상은 12개)로 집계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납 중독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조치가 즉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박사는 “기준치 이상의 납에 학생들이 계속해 내버려둬 두는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며 “실태조사를 끝마친 학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로 실태조사를 끝마칠 것”이라며 “또한 문제가 되는 학교들이 운동장 사용을 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에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철오·구윤모·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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