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은 전통의 명문구단이다. 1977년 창단해 농구대잔치 통산 8회 우승, 전국체전 통산 5회 우승 등 국내 주요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기록을 썼다. 프로 출범 후에도 삼성생명은 1999년 여름리그부터 2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고, 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행보는 ‘명가’ 이름이 무색했다. 우승은커녕 PO 무대도 밟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임근배(49)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4위에 머무르며 씁쓸히 시즌을 마감했다.
새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20년 동안 팀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해 온 가드 이미선(37)이 은퇴를 선언했고, 비시즌 이렇다 할 선수 보강이 없었다. 그러나 임 감독은 ‘명가 재건’을 다가오는 새 시즌의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30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그는 “최소한 챔피언결정전에는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명가 재건을 위한 담금질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생명 선수단은 지난달 25일 휴가를 마치고 모두 복귀해 현재 하루 세 차례(오전·오후·야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오전 기초 체력훈련은 강도가 워낙 세서 가드 유승희(22)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그러나 임 감독은 “하루 세 번 훈련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많아야 6시간이다.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임 감독은 이번 비시즌 선수 전원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위해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에서 코치로 활동한 저메인 버드를 기술 코치로 초빙했다.임 감독은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개인기술 향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입국한 버드는 앞으로 한 달간 드리블, 패스, 코트 스페이싱 등을 지도할 예정이다.
한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선발 구상도 일찌감치 마쳤다. 임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농구를 펼칠 계획”이라며 “외국인 선수도 공격력이 강한 선수로 선발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개인 성향이 강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극구 사양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팀을 가장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팀플레이를 해친다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필요 없다”며 “모비스 코치 시절 함께 했던 크리스 윌리엄스 같은 유형의 선수가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주저 없이 뽑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새 시즌 개막전에서 ‘절대 1강’ 아산 우리은행과 맞붙는다.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 당한 완패(51대63)를 설욕할 기회다. 임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선 분명 뒤지지만, 남은 비시즌 동안 팀을 잘 만들어 올해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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