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쳐다보느라 서민 외면하는 환경부

경유값 인상의 피해자는 서민이다. 영세사업자들의 사업 수단이기 때문이다. 형편이 빠듯한 30~40대가 경유차의 주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유차를 사용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싼 기름 가격이다. 경유값 인상은 그래서 늘 예민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인상의 불가피성이 국민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 올리더라도 그 폭이 서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정부 유가 정책이 지켜온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경유값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툭 튀어나왔다. 발단은 대통령의 지시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들이 저마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경유값 인상은 그 중 환경부가 내놓은 구상이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해 휘발유 수준까지 15% 높이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단순하다. 경유차를 휘발유차로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어이없다. 차량의 가격이 수천만원이다. 기름 값으로 윽박지른다고 당장에 교체할 물품이 아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번 발상의 경박성이다. 환경부가 뭐라 변명하든 경유값 인상은 20일만에 나왔다. 대통령의 지시로 급박하게 마련된 구상이다. 서민 생계에 15% 부담을 추가로 안기는 일이다. 차량 교체의 경우 수천만원의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이런 일을 대통령 보고용으로 만들어냈다. 누굴 위한 환경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온다.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반박했다. 최상목 차관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경유값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현은 점잖았지만, 내용은 신랄했다. 같은 정부 부처조차 환경부의 경박성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이번 발상이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이러겠는가.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누가 보더라도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 심판의 중심에 불통(不通)이 있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 또 한 번의 예를 환경부가 보여줬다. 대통령 보고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은 그 다음이었다. 미세먼지 줄이라는 지시 이행에만 충실했다. 국민에게 지어질 15% 경유값 부담과 수천만원짜리 차량 교체 부담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통령을 위한 정부인가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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