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옥 서양화가, 개인작품 팔아 예산 마련 나서
눈에 보이는 내 것을 버려야만, 알 수 없는 미래의 그 무엇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화가가 있어 주목된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수원시지회장이자 지난 30여 년간 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오롯이 투신한 신현옥 서양화가(사진)가 주인공이다.
신현옥 서양화가는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에 위치한 영실버아트센터에서 개인전 <비움>을 갖는다. 전시 공간은 그가 회장으로 활동 중인 비영리단체 치매미술치료협회의 교육 사무 공간으로,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평소 이곳에서는 할머니 여러 명이 모여 앉아 하얀 도화지에 형형색색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 옛 추억을 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벽에는 어르신들의 크레파스화들이 마치 살롱전처럼 펼쳐져 있었다. 최근에는 신현옥 화가의 추상화와 구상화 등 수 십 년간 작업한 개인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최근 교통사고로 크게 아파 누워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할까’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을 남기는 데 남은 인생을 쓰자고 결심했죠.”
그는 지난 1991년 사비를 털어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를 설립하고 수 십 년간 치매노인과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 교육 및 치료, 예방활동 등을 벌여왔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전공한 미술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치매미술치료’를 연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수 십 년간 지역 어르신들이 영실버아트센터에서 신 회장으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자신의 기억을 크레파스로 그렸고, 그 작품들은 곧 역사의 한 조각에 다름 없었다. 작가는 이 크레파스화들을 ‘미래에 전해야 할 유산’으로 보고, 이 작품들을 보존 전시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결심한 것이다.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한 박물관에서는 지난 30년간 모은 할머니들의 그림을 전시할 예정이다. 지역 어르신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하는 한편, 외국인 대상 역사적 관광 콘텐츠로 키울 방침이다.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내놓으면서 허전함까지 지울 수 없지만 더 값진 마음과 가치가 채워질 것으로 믿어요. 다른 사람을 위해 비우는 삶을 살 수 있어 행복해요. 협회와 박물관 개관을 후원하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사랑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31) 236-1505
류설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